고려대 총장을 지낸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최우선 대학교육 개혁 과제로 “20세기형 교육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염 총장은 1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3 한국포럼’에 참석해 ‘대학개혁의 방향과 조건’을 주제로 특별대담을 했다. 그는 “21세기는 종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시대”라며 “객관적 지식을 주입하기보다 자기주도학습능력, 창의적 사고 능력을 대학이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9월 개교를 앞둔 태재대는 캠퍼스 없이 여러 나라를 돌며 과제를 수행하고 온라인 강의를 듣는, 이른바 ‘미네르바 대학’을 모델로 삼고 있다.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대담을 진행했다.
-대학교육 개혁이 왜 지금 필요한가.
“20세기와 21세기는 전혀 다르다. 이전 시대는 대량생산체제를 중심으로 모든 일을 잘게 쪼개 전문화시켰다. 대학도 대형 강의 중심으로 전문적이고 집약적 지식을 가르쳤다. 하지만 21세기는 과거보다 복잡해지고 종합적 사고로 풀어야 하는 문제가 늘었다. 그런데 대학은 여전히 20세기 DNA에 바탕을 두고 있다.”
-21세기에 필요한 대학교육은 무엇인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과 창의적 사고 능력 함양이다. 이런 교육의 핵심은 학생들의 호기심을 끌어내는 데 있다. 수업 전에 호기심을 끄는 자료를 보게 하고 수업시간에는 오로지 토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현장 참여 교육도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 대학이 책이나 교수의 말을 암기시킬 뿐 현장 체험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태재대에서 21세기형 교육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태재대는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자기주도적 학습 △소통 △다양성 공감 △글로벌 조화 등 6개 역량을 가르친다. 수업시간에 그룹을 나눠 학생들끼리 토론하고 교수가 8분 이상 떠들면 경고를 받는다. 이런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2학년부터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로 한 학기씩 유학을 떠나 전공 공부를 한다. 4년 내내 자기주도적 교육을 받는 셈이다.”
-지금까지 공감능력, 다양성 등을 목표로 한 교육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 이를테면 일반 대학은 각자 따로 생활하다 수업시간에 만나는데 우리는 반대로 수업은 온라인으로 각자 듣고 생활을 기숙사에서 함께 하는 방식이다. 한국과 외국 학생이 각각 100명씩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공감능력을 키운다.”
-교수ㆍ교육방식 변화가 대학개혁의 핵심으로 보인다. 다른 대학도 가능할까.
“쉽지 않다. 태재대는 모든 교수가 12주 동안 교습 방식에 관한 교육을 받는다. 또 정년 보장이 없고 3년마다 재계약을 해 교육에 열정이 있는 교수들만 지원하고 뽑힌다. 교육방식 변화와 더불어 교수들도 학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소명의식을 갖춰야 한다. 다른 대학은 지금까지 해 온 관성 탓에 이런 시도를 하기 어렵다.”
-지방대 소멸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지역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나.
“거의 모든 지방대가 서울 종합대학과 차별화되지 않는다. 다른 점이 없는데 지역대학을 갈 이유가 있겠나. 독일처럼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예산을 넘겨받고, 지방정부의 지원을 토대로 지방대 스스로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 졸업 후 취업을 전제로 한 기업연계형 대학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방대만의 특성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가령 (충남 서산에 있는) 한서대는 일찍부터 항공산업 쪽으로 특화를 했다. 대학에 활주로와 제트기가 있다. 등록금이 3,000만 원인 데도 최고의 파일럿과 승무원들을 배출하고 있다. 이 같은 특화 방식을 고민해야지 칠판에 판서하는 종합대학 방식을 따라 하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