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란 칸 전 총리가 부패 혐의로 9일(현지시간) 전격 체포되자 파키스탄 곳곳에서 이에 반발하는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 정의운동(PTI)은 “칸은 납치당했다”며 당원과 지지자들을 향해 거리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파키스탄 정국도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날 칸 전 총리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 청사 밖에서 부패방지기구인 국가책임국(NAB) 요원들에 의해 체포된 후 주요 도시를 포함해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잇따랐다고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이날 발루치스탄주의 주도 퀘타에서는 시위대와 군대 간 유혈 충돌로 최소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또 카라치와 페샤와르, 라왈핀디, 라호르 등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15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을 쏘는 등 강경 진압에 나섰다. 파키스탄 정부는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서비스 등 통신망을 차단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크리켓 국가대표를 지낸 뒤 정계에 입문해 2018년 총리직에 오른 칸 전 총리는 재임 시절 외국 관리로부터 받은 고가 선물 은닉, 부당 이득 취득 등 86건의 부패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4월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망가진 경제 회복에 실패하고 부패 척결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의회 불신임 끝에 자리에서 쫓겨났다. 파키스탄 정치권을 좌지우지하는 군부는 그를 ‘부패한 선동가’로 몰아세우며 형사 처벌하려 하고 있는 반면, 지지자들은 ‘탄압받는 민주주의 아이콘’이라고 치켜세우며 맞서는 탓에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칸 전 총리는 이날 보석 요청을 위해 법원에 출석하려다 군인 수십 명에 의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PTI는 “군인들이 칸 전 총리를 때리고 끌어냈다고”고 AFP통신에 밝혔다. 그러나 라나 사나울라 파키스탄 내무장관은 “이번 체포는 법에 따른 것”이라며 “NAB는 독립기관으로 정부 통제를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간 칸 전 총리가 재기를 노리고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던 만큼, 향후 지지자들의 반발 강도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PTI는 트위터에서 “내일(10일) 아침 파키스탄 대법원으로 갈 것”이라며 “합법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시위를 계속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