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 ‘창과 방패’ 이강인(마요르카)과 김민재(나폴리)의 소속팀이 다음 달 한국에서 두 차례 맞대결을 추진한다. 그러나 K리그가 한창 진행 중인 데다 개최 승인에 필수인 한국프로축구연맹 동의를 얻지 않은 상태라 두 팀 간 맞대결이 실제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대한축구협회는 9일 한 스포츠 전문 컨소시엄으로부터 나폴리와 마요르카의 국내 친선경기 개최 신청 서류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경기가 열릴 날짜와 장소는 다음 달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10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으로 전해졌다.
대표팀의 핵심 선수인 김민재와 이강인이 처음으로 적으로 만나는 만큼 축구팬들의 높은 관심이 예상된다. 특히 끊임없이 이적설이 나오고 있는 두 선수가 현 소속팀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맞대결을 추진 중인 컨소시엄은 유럽축구연맹(UEFA), 이탈리아축구협회, 스페인축구협회 등으로부터 참가 승인서를 받았고, 경기장 대관과 관련해 서울·경기 시설관리공단과 지역축구협회로부터 승인 절차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컨소시엄은 개최 승인을 위해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연맹 동의서를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연맹은 “현재까지 컨소시엄으로부터 동의 요청 자체를 받은 적이 없다”며 “요청이 들어와도 (해당 날짜에) 친선전을 개최하는 것은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연맹이 난색을 표하는 이유는 나폴리와 마요르카의 친선전 날짜가 K리그 일정과 겹치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달 10일은 K리그1 3경기, K리그2 3경기가 열리는 매치데이인데, 이날 해외 클럽팀이 방한경기를 갖는다면 K리그에 대한 주목도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토트넘과 세비야의 친선전이 K리그 시즌 중인 7월에 열렸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리그 일정이 변경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축구관계자는 “당시에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대표팀이 소집되면서 K리그1 일정이 조정된 것”이라며 “이번 나폴리·마요르카의 방한 경기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빡빡한 스케줄도 문제다. 대표팀은 다음 달 16일 페루, 20일 엘살바도르와 평가전을 한다. 만약 나폴리와 마요르카의 대결이 성사된다면 김민재와 이강인은 다음 달 초 리그를 마무리 지은 후 숨돌릴 틈도 없이 한국으로 이동해 네 차례의 경기를 연달아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특히 이강인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가능성도 있어 차기 시즌을 앞두고 체력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협회는 절차에 따라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경기를 추진하는 컨소시엄에 12일까지 미비된 서류를 보충하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만약 연맹 동의가 없거나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해당 경기 개최 승인을 불허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