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 금지 구역에 진입했다. 정선, 정선하라.”
9일 오전 10시 30분 인천 옹진군 대청도 서쪽 방면 5해리(약 9㎞) 해상. 중국 어선 2척이 배타적 경제수역을 넘어 외국 어선 진입이 금지된 ‘특정금지구역’으로 들어왔다.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해양경찰 항공기가 상황을 목격하고, 지휘함인 OSC 3008함에 상황을 보고했다. 함장은 즉각 특수기동정과 고속단정 등으로 구성된 3개 편대에 출동 명령을 내렸다.
해경 대원들이 고속정을 타고 중국 어선에 접근해 정지를 요구하자, 이들은 불응하며 중국 해역 쪽으로 도주를 시도했다. 그러자 고속정이 어선 주변을 에워싸고 주변을 선회하며 퇴로를 차단했다. 18명 해경 대원들이 어선으로 접근을 시도하자, 중국 선원들은 막대기와 죽창을 들고 거세게 저항했다. 해경은 공포탄과 섬광탄을 발포해 선원들을 제압하고, 문을 잠그고 조타실에서 버티던 선장을 끌어내 어선을 완전 장악했다. 대원들이 출동 후 작전을 마무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여 분 남짓이다.
이날 상황은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현장을 가정한 실전 훈련이었다. 우리 어선이 중국 어선 역할을 했고, 해경 대원들이 중국 선원으로 대항군 역할을 했다. 훈련에는 항공기와 헬기, 해경 함정 등 15대가 참여해 실전을 방불케 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이 다시 늘고 있다. 해경에 따르면 불법 조업을 하다가 나포된 중국 어선은 2019년 115척, 2020년 18척, 2021년 66척, 지난해 42척이다. 하지만 올해는 9일까지 벌써 29척을 나포했다. 전날 오후에도 백령도 북쪽 NLL(북방한계선) 해상에 중국 어선으로 추정되는 선박들이 발견됐지만, 섣불리 접근할 수 없었다. 바다를 맞대고 있는 북한과의 충돌 우려 때문이다. 해경 관계자는 "최근 접경 해역에 일평균 100여 척의 중국 어선이 출현하지만,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남북 접경해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악용해 게릴라식 조업을 펼치거나 NLL 북쪽으로 도망가기 일쑤"라고 어려움을 전했다.
중국 어선들의 대응 방식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중국어 통역 겸 해상특수기동대원인 이태수 경사는 “중국 인근 해역 쪽에는 어획량이 많지 않다”며 “최근엔 공사장 가림막 같은 구조물을 설치해 대원 승선을 막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은호 고속단정 검색팀장은 “너울성 파도 등 접근 시 대원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이 많아서 직접 선원들과 육박전을 벌이기보다 전술적 접근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8년 서해5도 특별경비단이 창설돼 단속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 정부의 자체 단속도 영향을 미쳐 중국 어선들도 과거보다는 불법 조업에 부담을 갖고 있다. 하지만 대청도 인근 어민들은 여전히 불암감을 호소하고 있다. 배복동 대청도 어민회장은 “대청도 인근 해역은 해경이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어 올해는 어획량이 증가했다”면서도 “여전히 저인망 어선을 이용해 대청도 어업구역을 침범하는 사례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경도 성어기를 맞아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평시 연평도와 백령도, 대청도 일대 해경ㆍ해군, 지자체 등과 함께 꽃게 성어기인 6월까지 단속선을 21대까지 늘렸다. 김종욱 해양경찰청장은 “꽃게철을 맞은 만큼 어민들이 안전조업을 하고, 불법조업 외국 어선 때문에 시름하는 일이 없도록 엄정 단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