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중간착취방지법’ 6월 입법 약속, 내용 뜯어봤다

입력
2023.05.13 12:00
[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52>국회에 발의된 법안 분석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간접고용노동 중간착취 제도 개선 간담회’를 열고, “올 상반기 중간착취방지법을 처리하겠다”고 6월 중 입법을 약속했습니다. 올해 1월 김성환 당시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의지를 밝힌 것에 이어, 대표까지 나서면서 입법화 추진에 힘을 실은 것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25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용역·파견·위탁 근로자에게 원청이 정한 임금을 다 주지 않고 중간업체가 떼어먹어도 불법이 아니었습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이런 중간착취의 지옥 속에서 살고 있는 현실을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지요.

현재 국회에는 중간착취 방지와 연관한 8개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 중 하도급법 개정안을 제외한 소관 7개 법안을 함께 심리할 예정입니다. 중간착취방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파견·용역 노동자들의 임금지급이 어떻게 달라질지 살펴봤습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도급 계약에서 임금은 전용계좌로 지급

우선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 2021년 10월 21일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입니다. 윤준병·김주영·신정훈·오영환·강선우·윤미향·윤영덕·최종윤·김정호·안호영 의원(10인)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주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①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인 사업을 도급하는 도급인은 수급인이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할 임금에 해당하는 비용을 다른 비용 등과 구분하여 지급하여야 하고, 그 수급인은 수령한 임금비용을 임금 지급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

②이 경우 도급인은 임금비용을 매월 지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도급인은 임금비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제3자에게 예치할 수 있게 하고, 수급인은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전용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두 차례 이상의 도급으로 사업을 행하는 경우에는 앞의 조항 관련 ‘수급인’은 ‘하수급인’으로 보고, ‘도급인’은 ‘직상 수급인’으로 본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도급계약으로 간접고용의 위치에 있는 용역 근로자 등이 원청이 정한 임금을 떼이지 않고 전용계좌로 받을 수 있게 됩니다. ③의 경우는 재하도급에도 위의 원칙을 적용해서 임금을 떼지 않고 모두 주도록하기 위한 조항이지요.


파견법 개정안: 원청이 정한 임금 다 안 주면 처벌

강민정 민주당 의원이 2021년 3월 12일 대표발의한 파견법 개정안입니다. 강민정·최강욱·장혜영·강은미·이상헌·박대수·류호정·이수진(비례)·박성준·양정숙·남인순 의원(11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사업자들(원청과 파견업체)끼리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할 때, 파견근로자의 임금을 정하도록 한다

②위와 같이 정한 임금을 파견근로자의 근로계약서에 명시한다.

③근로자파견계약의 당사자는 근로자파견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파견근로자의 임금을 낙찰률(예정가격에 대한 낙찰금액 또는 계약금액의 비율을 말한다)을 적용하여 감액하여서는 아니 된다.

위와 같이 정한 임금을 전부 주지 않거나, 낙찰률을 적용해서 깎을 경우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법안은 원청이 정한 임금을 파견업체가 마음대로 떼어먹지 못하도록 명문화한 것이지요. 원하청 계약에서 임금에까지 낙찰률을 적용해 최저임금에 묶이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반영해서, 임금에는 낙찰률 적용을 제외하도록 한 부분도 의미 있습니다.

또한 파견법 44조 벌칙조항에,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부분을 추가함으로써 법안의 실효성을 높이도록 했네요. 원청이 책정한 임금을 파견업체가 떼어먹을 경우에 현재는 불법이 아닌데,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처벌토록 한 것입니다.

참고로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법학회에 의뢰해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파견업체들이 애초 인건비로 원청이 내려보낸 금액 중 매달 평균 12만 원가량을 착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파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최소한 이 금액이라도 노동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또한 파견 개발자의 경력을 부풀려서 임금보다 많은 금액을 중간착취하는 정보기술(IT) 인력 파견 업체들의 고질적인 악행들이 불법이 되어서 처벌이 가능해집니다.


파견법 개정안: 수수료 상한 정하기는 ‘글쎄’

근로자를 파견하고 파견업체는 그 대가(수수료)를 받지요. 그러나 현재 그 수수료 상한이 정해지지 않아서, 임금은 200만 원 주고 파견대가(관리비 등)를 300만 원을 챙겨도 합법입니다. 그래서 수수료 상한을 정하자는 법안이 발의돼 있습니다. 이수진(비례) 민주당 의원과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파견법 개정안입니다. 파견 노동자의 임금 대비 파견업체가 챙기는 대가(관리비용·이윤 등이 차지하는 비율)를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중간착취방지법 중에서 이 부분은 가장 논쟁이 큰 부분입니다. “파견사업주의 경영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환노위 최선영 전문위원 검토보고)는 우려가 제기되었다고 하죠.

또한 고용부가 수수료 상한을 고시로 정할 때 얼마나 중간착취 방지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고용부는 직업소개소의 건설 노동 외 다른 직종의 중개수수료를 구인자와 구직자를 합쳐 3개월간 임금의 무려 31%까지 받을 수 있도록 고시해 놓고 있습니다. 건설 노동은 11%이지요. 고용부의 손에 수수료 상한을 맡겨놓을 경우, 오히려 합법적 중간착취를 두텁게 해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수수료 상한을 정하는 것 외에, 그저 수수료를 알려주는 것만이라도 의무화하자는 법안도 있습니다. 윤미향 의원이 대표 발의한 파견법 개정안인데요. 파견사업주에게 근로자 파견의 대가에 관한 내역을 파견근로자에게 서면으로 고지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법안입니다. 있으면 좋은 법안이긴 하지만, 현장에선 근로계약서 작성의무조차 지키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원청이 정한 임금을 모두 주도록 강제하는 법안과 함께 가야 그나마 실효성이 있을 것입니다.

그 외 남은 쟁점: 파견 임금은 전용계좌 도입 안 하나

파견 노동자라면 법안들을 보고 한 가지 아쉬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도급 즉, 용역 노동자 등은 전용계좌까지 동원해서 원천적으로 임금을 떼이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있는데, 파견 노동자에겐 그런 법안이 없지요.

파견 노동자에게 임금을 전용계좌로 지급하는 방안에 대해, 김영진 민주당 환노위 간사실 관계자는 “현재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이 없어서, 심사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 하기 어렵다”며 “(지금 발의된) 파견법이나 근기법 개정안으로 (중간착취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우선 시급한 것부터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도급(용역) 임금을 전용계좌로 지급할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사업’으로 한정한 데 대해서도, 정말 열악한 소규모 용역 근로자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요. 김영진 의원 측은 “소규모 사업장까지 적용은 일단 법안을 심사해봐야 하겠지만 보통은 순차적으로 적용한다”며 “한꺼번에 적용해도 사회적 혼란이 적고 시급성이 있으면 모두 적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심사해봐야 알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도급계약에서 중간착취방지법의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도 법안별로 차이가 있습니다.박대수 의원도 도급 계약에서 임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국가·지자체·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도급사업으로 제한을 한 것이, 윤준병 의원 법안과의 차이입니다. 공공발주 도급에만 ‘중간착취’를 막고, 민간 발주는 그대로 두자고 한다면 만연한 중간착취를 제대로 뿌리 뽑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박대수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중 중간착취방지법을 적극적으로 발의한 유일한 의원입니다. 중간착취 해결에는 한마음인 만큼 여야가 협상을 통해 최대한 실효성 있는 법안을 도출하는 게 좋겠지요.


여야 합의 이룰 수 있을까

이재명 대표가 약속한 대로 중간착취방지법의 6월 입법이 가능할까요. 아직 상임위 심사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김영진 의원 측은 “5월 일정이 여야 합의가 안 돼 있어서 구체적으로 언제하겠다 말하긴 어렵다”며 “여야 간사가 합의하면 파견법,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영진 의원실 관계자는 “박대수 의원이 발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이자 간사(국민의힘 환노위 간사)가 그 안건을 상정하는 것을 동의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5월에 추진할 예정인데, 국힘에서 간사가 어떨지, 여야 의사일정은 간사가 합의해야 하는데 합의 도출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여야 합의를 이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임이자 의원실 관계자는 “일단 환노위 회의 일정부터 야당과 조율한 후 어떤 안건을 올릴지 논의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습니다.

만약 국민의힘 쪽에서 끝내 중간착취방지법 상정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합의 없이 입법을 추진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수많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기대와 소망이 국회를 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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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논설위원
남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