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진입부터 로봇이 발레파킹… 네이버 이어 현대차도 '로봇 친화 빌딩' 경쟁

입력
2023.05.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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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이지스자산운용 '로봇 동맹'
'루키' 돌아다니는 네이버 '1784'에 도전



자동차가 스스로 주차하고, 로봇이 내 업무 공간으로 택배와 커피를 가져다 주는 회사 모습이 눈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정보통신(IT) 업계에 이어 완성차 회사도 로봇 활동에 안성맞춤인 건물 환경을 갖추기 위해 나서면서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1위 부동산 투자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로봇 친화형 빌딩 구축 사업에 나선다고 9일 밝혔다. 단순한 로봇 개발이 아니라 첨단 스마트 오피스 건물을 위한 '로보틱스 토털 솔루션'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따라 맺은 전략적 파트너십이다.

심부름 로봇 이동 편한 공간 만든다

현대차그룹은 △실내외 배송 로봇 △무인 주차 로봇 △안내·접객 로봇 △전기차 충전 로봇 △퍼스널 모빌리티 △무인 택배 시스템 등 다양한 로봇 기술들을 지니고 있는데 이를 이지스자산운용이 만들고 있는 '스마트 빌딩 OS(Operating System)'와 연계해 기업 업무 환경에 적합한 로봇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겠다는 얘기다.

①사무 공간에 들어설 때부터 얼굴 인식을 통해 출입이 이뤄지고 ②스마트 좌석 예약이 진행돼 업무를 시작하면 ③로봇이 식음료를 직접 가져다주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이다. 더불어 로봇이 택배를 배달해주거나 수거하는 등 입주 기업들의 업무 환경에 맞는 로보틱스 서비스가 기대된다.

이 같은 업무 공간은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지난해 문을 연 네이버 제2사옥 '1784'에 도입된 자율주행 로봇 루키가 대표적이다. 5G 망을 활용해 클라우드로부터 데이터를 전송받는 루키는 넓은 건물을 척척 오가며 편의점에서 주문한 물건과 커피전문점의 커피를 가져다 주는 등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 맡는다. 사실상 'AI 비서'다. 1784엔 얼굴 인식 시스템인 '클로바 페이스사인', 자동 회의록 작성 및 공유 '클로바노트' 등도 활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대형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네옴시티'를 계획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관계자들도 여러 차례 찾았다.

지난해 11월 마제드 알 호가일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 장관과 알리 라지히 차관 등 23명이 1784 사옥을 방문한 데 이어 2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국가정보센터(NIC)·국가데이터관리단(NDMO) 소속 방문단이 찾아 네이버의 스마트 빌딩 기술을 확인했다.

로봇이 발레파킹에 충전까지

현대차그룹과 이지스자산운용이 함께 그린 로봇 친화형 빌딩은 1784와 달리 건물 진입 단계에서부터 로봇이 개입한다. 직원들이 ①전기차로 출근한 뒤 ②'스마트 존'에 내리기만 해도 ③무인 주차 및 자동 충전이 이뤄지는 등 출근 직후부터 로봇이 자동 발레파킹을 돕는 환경을 갖출 예정이다.

두 회사는 로봇 친화 업무 공간을 시스템화해 판매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첨단 스마트오피스 건물을 위한 로보틱스 토털 솔루션을 마련하고 미래 성장 기업의 핵심 거점에 로봇 친화형 빌딩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첫 사업 공간은 2024년 1분기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지어질 '팩토리얼 성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지하 5층~지상 10층 규모(연 면적 2만1,030㎡)가 될 이 건물은 지상 3~ 10층은 오피스 공간으로 쓰인다. 이후 이지스자산운용이 개발 예정인 서울 서남부 권역 바이오 클러스터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로봇 친화 빌딩 개발을 위한 자문 및 설계 지원, 기술 검토 등도 지원될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안하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