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주식 팔아 코인 투자했다"는데 예금 10억 어떻게 늘었나

입력
2023.05.0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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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가 왜 수수방관하나" 당내 불만

60억 원대 가상자산(코인)을 보유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불거진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투자 종잣돈의 출처와 현재 코인 보유량 등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작년 재산 신고액이 오히려 늘어난 배경, 지난해 군소 코인에 수십억 원을 투자한 배경 등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자금 흐름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코인 종잣돈은 LG디스플레이 주식 매각대금 9.8억"

김 의원은 8일 입장문을 통해 "가상화폐 초기 투자금은 보유하고 있던 LG디스플레이 매각 대금”이라고 밝혔다. 입장문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21년 1월 13일 LG디스플레이 주식 전량을 매도해 예수금 9억8,500여만 원이 발생했다. 이후 다음 달 9, 11, 12일 세 차례에 걸쳐 총 10억 원을 A가상화폐거래소로 이체했다. 김 의원은 이 돈으로 가상화폐 종목을 사고파는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대형거래소만을 이용해서 실명 인증한 계좌로만 거래했다"며 코인 투자가 실명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코인 투자 종목은 밝히지 않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현재 코인으로 보유한 자산의 평가 가치는 9억 원이 조금 넘는다. 최근 코인 가격 하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2년 2월 중순경 A거래소에서 B거래소로 가상화폐를 이체했고, 가상화폐가 폭락을 거듭하자 더 보유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B거래소에서 일부를 C거래소로 이체했다"며 "이후 다른 가상화폐로 재투자해 B거래소와 C거래소에 여러 종목을 보유 중이고, 현재 가상화폐 가치는 9억1,000여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자신의 실제 재산은 국회의원 재산등록으로 공개한 12억6,700만 원에다 재산등록 대상이 아니어서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코인 자산 9억1,000여만 원을 더해 총 21억여 원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어떤 불법성도 없이 떳떳하기에 저에게 제기된 가상화폐 초기 투자자금과 거래 이체내역 등 투자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의혹들에 대해 투명하게 소명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주식 판 돈 코인 투자했다면 예금 10억은 어디서?

우선 재산등록상 공개 항목인 주식을 팔아 비공개 항목인 코인을 사들였음에도 이 기간 공개 재산액이 되레 증가한 배경이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김 의원의 재산등록 현황을 보면, 2020년 말 기준 약 11억8,000만 원이었는데 2021년 말엔 12억6,000여만 원으로 8,000만 원 정도 늘어났다. 2021년 말 재산공개 세부내역을 보면 주식 항목에 LG디스플레이가 5만675주 감소해 9억4,000여만 원이 감소했고, 예금 항목에서 농협은행 예금이 약 10억 원 증가했다. 김 의원은 당시 재산공개에 예금 10억 원 증가 이유를 ‘보유주식 매도 금액 및 급여 등’이라고 적었지만, 당시 보유 상장주식은 이후 코인에 투자된 LG디스플레이 주식이 전부였고, 국회의원 급여도 2억 원 미만이라 충분한 설명이라고 보기 어렵다.

김 의원은 농협은행 10억 원 출처를 묻는 본보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당내 한 경제통 의원은 "농협은행 예금 증가를 소명하지 못하면 '대선을 앞두고 유입된 출처가 불분명한 돈을 감추기 위해 마치 LG디스플레이 매각 대금으로 인해 농협은행 예금이 늘어난 것처럼 재산공개 내역을 꾸민 것 아니냐'는 의혹을 국민의힘에서 제기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앞으로 허위 보도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소 코인 수십억 투자도 설명 미흡..."지도부 수수방관 이해 안 돼"

김 의원은 군소 코인으로 분류되는 위믹스에 2022년 초 수십억 원을 투자했다가 대선 직전인 2월 말~3월 초 전량을 인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입장문에 "대선 기간 전체 계좌에서 실물인 현금으로 인출된 것은 440만 원에 불과하다"고 밝혔고, 이에 위믹스 코인을 처분한 돈을 인출하지 않고 다른 코인을 샀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김 의원의 해명이 의혹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지도부가 수수방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박세인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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