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고층 건물에서 10대 청소년이 투신 사망한 사건 뒤 하루 평균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신고가 30%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의 모방 우려가 커진 만큼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8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17~24일 서울지역 112에 접수된 일평균 극단 선택 관련 신고(자살, 자해, 자해 의심 등 포함) 건수는 같은 달 1~16일 평균보다 30.1% 증가했다. 비교 기간 기준이 된 지난달 16일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하던 10대 여학생의 투신 전 과정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라이브방송에 그대로 담겨 송출돼 충격을 준 날이다. 해당 사건 후 이날까지 3주간 112에 접수된 서울 내 청소년 극단 선택 관련 신고도 23건이나 됐다. 하루에 한 건 이상씩 신고가 들어온 셈이다.
경찰은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보고 신고 접수 즉시 가용 가능한 경찰력을 총동원해 수색과 발견, 구조에 나설 방침이다. 관할 경찰서 인원만으로 부족하면 지방청이 인력을 추가 지원한다. 서울청 관계자는 “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범죄예방 교육을 할 때 자살예방 교육을 병행하고, 경찰청도 청소년 극단 선택 현황 등을 보건복지부와 공유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온라인 커뮤니티의 극단 선택 동영상, 게시글 등 54건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온라인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
경찰이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로 유사 사례가 반복될 조짐은 뚜렷하다. 앞서 5일 새벽에도 우울증 갤러리에서 알게 된 10대 여학생 2명이 한강 다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 설득 끝에 뜻을 접었다.
신속한 대응과 예방 교육 못지않게 유해사이트 차단 등 제도적 보완책도 당장 시행할 필요가 있다. 최명민 백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소년 극단 선택의 주요 특징은 따라 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라며 “모든 플랫폼을 통제할 순 없겠지만, 우울증 갤러리 같은 사이트가 생명을 위협하는 병리적 현상을 낳는다면 적절히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갤러리 폐쇄 요청에 결정을 한 차례 보류한 방심위의 12일 재심의가 주목되는 이유다.
모방 범죄의 주요 통로가 되는 언론 보도 역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은연중 극단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방식의 보도가 미디어를 통해 반복되면 유명인의 죽음을 모방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강화해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자살보도 권고 기준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