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발부도 집행 과정도 갸우뚱... 검찰 편의적 압수수색 도마

입력
2023.05.0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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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자료 유출 은폐하려 위법 압색 적발 
검찰 편의적 압수수색 관행 다시 도마에
발부 전부터 집행까지 곳곳서 불만 산적
위법 압수수색 탓 무죄·배상 판결 잇따라
"검찰 압수수색 통제 필요" 목소리 커져

수사자료 유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위법 압수수색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오자, 검찰의 편의적 압수수색 관행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위법 압수수색에 따른 증거능력 소멸로 무죄가 선고되는가 하면, 수사 대상이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는 판결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압수수색을 통제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장 발부와 집행 단계... 모두 불만

검찰 압수수색에 대한 불만은 곳곳에서 관측된다. 우선 검찰이 영장을 발부받는 과정부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장전담판사 경험이 있는 한 변호사는 "영장청구서 내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소명이 안 돼 이것저것 묻고 싶을 때가 많았다"며 "검찰도 수사 초기 단계라 어려움이 있다고 하니 다소 의아해도 발부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도 비판이 제기된다. 검찰이 ①'혐의와 관련된'이라는 표현을 통해 거의 모든 정보를 압수해서 사생활이 과도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고 ②형사소송법상 '급속을 요하는 때'를 넓게 해석해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변호인에게 사전통지를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등 부적절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많은 양홍석 변호사는 "내가 맡은 사건만 해도 영장 집행의 위법성을 지적할 만한 게 20~30%"라며 "법원에서 이런 실태를 인지하라고 항소·상고이유서를 쓸 때 영장 집행 과정의 문제를 꼭 기재한다"고 말했다.

"위법 수집 증거"로 무죄에 배상도

위법한 압수수색은 재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강원랜드 사외이사 지명 부당 개입'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 사건으로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수색했다가 별건에 해당하는 사외이사 지명 관련 내용이 담겨있는 문서를 압수하고 유죄 증거로 제시했다. 법원은 그러나 "채용비리 혐의와 무관하게 압수한 증거는 유죄 근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권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사건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법원이 '위법 수집 증거'라며 무죄를 선고하는 사건이 적지 않은 것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남용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적법하지 않은 압수수색이 손해배상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대법원은 2013년 "검찰이 범죄 혐의와 무관한 이메일 송·수신 내역 7년치를 모두 압수한 건 사생활 비밀 등 기본권 침해"라며 "국가가 주경복 건국대 교수 등에게 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전주지법은 2019년 3월 "압수 목록에 기재하지 않은 차량 열쇠를 무단으로 가져가 40여 일쯤 뒤에 돌려준 검찰 수사관은 적법절차 원칙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피압수자에게 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압수수색 통제할 방안 필요"

법조계에선 검찰의 압수수색을 통제할 방안이 필요하다는데 대체로 동감하는 분위기다. '검찰이 알아서 잘 할 테니 믿어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기관 전체적으로 과거에 비해 압수수색의 횟수가 늘어났고, 압수 범위도 너무 광범위해진 것 같다"며 "무죄추정 원칙과 인권보호라는 헌법의 기본 가치가 보장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법원이 압수수색의 적법성을 다루는 유일한 기관인 만큼 영장 발부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의 위법 압수수색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적이 있는 인권운동가 박래군씨는 "검찰이 먼지 털 듯 압수수색하는 것도 고쳐야 하지만, 법원이 검찰에 종속된 기관처럼 영장을 발부해주는 것도 문제"라며 "촘촘한 발부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수사자료 유출 증거 없애려 위법 압수수색 "검찰, 금융브로커에 배상해야")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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