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외제 차를 흠집낸 아이를 용서해준 차주가 되레 '우리 아이를 왜 혼냈냐'고 항의를 받은 뒤 결국 수리비를 청구하기로 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누리꾼들은 "그 엄마에 그 아이다", "부모가 저 모양인데 아이가 제대로 클까 싶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모른다" 등 부모를 나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최근 '차를 긁었다는데, 참 이상한 세상이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 5일 차 소유주인 A씨가 작성한 글에서 "잘 타지 않는 차를 유료 주차장에 월 결제를 해놓고 보관하고 있었는데, 초등학생 4~5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이 나무각목으로 만든 눈삽으로 차를 긁었다는 관리직원의 전화를 받았다"며 "(관리직원에게) '많이 긁혔냐' 물어보니 '페인트 까진 건 아니고 하얀 흠집들이 생겼다'고 하기에 '그냥 좀 혼내고 보내세요' 하고 마무리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한두 시간 뒤쯤 관리직원에게 다시 전화가 왔는데 '잠시만 오셔서 도와주시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 왜 그러냐고 물으니 옆에서 여성의 고함소리가 계속 나더라"고 했다.
A씨의 글을 요약하면, 관리직원이 차를 긁은 아이를 혼내고 보내자 아이가 이 사실을 말했고, 그 엄마가 격분해 항의를 하러 찾아온 것이었다. 현장에 직접 간 A씨가 "타인 재산에 피해를 입혔으니 잘못된 것을 가르쳐주는 게 어른 아닌가. 내가 금전적 보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잘잘못만 알려준 건데 그렇게 화날 일이냐"고 하자, 아이 엄마는 "차 흠집 난 거 수리해주면 될 거 아니냐. 왜 내 귀한 자식한테 네가 뭔데 (혼을 내냐)"고 욕설과 함께 소리를 질렀다.
결국 더 이상 대화가 안 된다고 판단한 A씨는 "제가 차주인데 직원 할아버지께 좀 혼내달라고 부탁드린 거니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다고 하고 아이한테도 미안하다고 했다"며 "차는 내일 (정비소에) 입고시키고 (수리비를) 청구하도록 하겠다고 한 뒤 돌아왔다"고 했다. 이어 "큰 흠집은 아닌데 참 씁쓸하다"며 "너무 야박한 세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안타까워했다.
A씨는 흠집이 난 자신의 차 사진도 첨부했다. 출고가 약 2억5,000만 원에 달하는 아우디 차량이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는데 저 아줌마는 빚을 만들었다", "은혜를 원수로 갚나"라고 아이 엄마를 탓했다. 또 "배려와 존중은 모르면서 자기 자식은 대접받기 바라는 저런 부모 학교에 득실거린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 엄마가 화를 낼 수 있나", "저런 부모 밑에서 아이가 어떻게 자라겠나", "글쓴이가 대인배다", "금융치료가 답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많은 댓글이 달리며 화제를 모으자 A씨는 후속 글을 올렸다. 그는 "나는 내 시간을 매우 중요시하는 성격이라서 이유나 원인보다 결론과 해결이 우선이라 폐쇄회로(CC)TV 확인도 안 했었다"며 "사고 이후 나는 가해자의 연락처만 받아왔고 따로 연락을 드리진 않았는데, 남편분에게 여러 차례 전화가 왔더라"고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아이의 아빠이자 항의 여성의 남편은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 "어떻게 좋게 안 되겠냐", "집사람이 산후우울증으로 힘들어서 그렇다", "보험도 없고 사는 게 힘들다", "외벌이에 얼마 뒤 이사도 가야 한다", "그냥 봐주시면 안 되겠냐"고 선처를 호소했다.
이에 A씨는 "저는 배우자께서 하라고 하신 대로 진행했을 뿐이다"라며 "처음에는 꼬마 아이와 어른인 저의 문제여서 넘어가려 한 건데 지금은 어른과 어른의 일이니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A씨는 결국 경찰에 사건을 접수했다. 그는 "정비소에서는 최초 충격받았던 곳이 찍히며 찌그러진 부위가 있다고 하더라. 추후 아우디 직영(정비소)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수리 과정이나 (비용) 견적은 아직 안 나왔다"며 "(여러분이 알려주신 대로) CCTV 증거 확보는 했고, 제가 직접 청구하기는 번거롭고 모르는 게 많아서 경찰에 (사건) 접수했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