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8일 열리는 당 중앙윤리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윤리위 징계 대상자인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이 자진사퇴는커녕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징계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중징계가 내려지면 당사자들이 반발해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고, 경징계로 끝날 경우 '솜방망이' 비판이 나올 수 있어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국민의힘 윤리위는 8일 오후 회의를 열고 두 최고위원으로부터 징계 개시 사유에 대한 소명을 청취하고 징계 절차를 마무리한다. 윤리위원인 전주혜 의원은 7일 취재진과 만나 "내일 소명을 좀 들어보고 한 번 더 논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현재로선 내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징계 수위다. 당내에선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당원권 정지 1년' 이상의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하지만 당원권 정지 1년은 내년 총선 공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당사자들의 강한 반발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두 최고위원이 윤리위에 재심을 청구하거나,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낼 경우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당 내홍으로 번질 수 있다.
경징계도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두 최고위원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주 4·3사건, 전광훈 목사 관련 발언 등으로 징계 대상에 올랐다. 윤리위가 낮은 수위의 징계를 내리면 당이 이 같은 사안을 가볍게 여기고, 극우 세력에 선을 긋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또 이준석 전 대표가 "양두구육" "신군부"라는 표현으로 당원권 정지 1년 징계를 받은 바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두 최고위원이 자진사퇴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오히려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징계 반대 서명의 절반은 당원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온라인 서명의 특성상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가짜당원'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당에 (징계 반대) 서명을 제출한 후에도 온라인 서명이 매일 1,000여 명 이상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고도 했다. 태 최고위원 역시 의원실 내부 회의를 녹취해 언론에 유출한 직원을 경찰에 고발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두 최고위원이 징계를 앞둔 상황이 되자 국민의힘은 8일 예정됐던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윤리위가 예정된 상황에서, 징계 절차 등과 관련한 오해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내일 최고위원회의는 개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에 이어 두 번 연속 최고위원회의를 생략한 것이다. 윤리위 징계 대상자의 지도부 회의 참석 논란을 방지하고, 두 최고위원에게 공식적인 발언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