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창당 작업을 둘러싼 정의당의 내분이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표면화하고 있다. 신당 수준의 급진적 재창당을 요구하는 장혜영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을 차례가 되자, 내부 혁신을 뜻하는 '자강(自強)'을 주장하는 정파에서 배진교 의원 추대로 맞서면서다. 원내대표 내부 교통 정리에 실패하면서 오는 9월로 예정된 정의당 재창당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당은 9일 이은주 현 원내대표의 후임 원내대표를 뽑는다. 후보군은 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맡고 있는 장 의원과 앞서 21대 국회에서 2차례 원내대표를 지냈던 배 의원의 양강 구도로 압축된다.
당초 정의당 신임 원내대표로는 소속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원내대표를 맡았던 관행에 따라 장 의원이 유력했다. 21대 국회에서 원내대표를 한 번도 맡지 않은 정의당 의원은 장 의원과 류호정 의원 두 명뿐이다. 이 중 류 의원이 장 의원에 대한 지지를 밝히면서 장 의원이 단일 후보가 됐다. 하지만 배 의원이 돌연 당내 최대 정파 '인천연합'의 추대로 경선에 뛰어들면서 2파전이 됐다. 두 후보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당초 2일로 예정됐던 선출 일정은 9일로 순연되기도 했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정의당은 최초로 표결로 원내대표를 선출할 수도 있다.
배 의원 측은 원내대표 출마 명분으로 '안정적 리더십'을 내세우지만, 재창당 노선을 둘러싼 당내 정파 간 갈등이 표면화한 것이란 분석이 크다. 장 의원은 신당 수준의 재창당을 요구하는 소장파 의견그룹 '세번째권력'에서 활동 중인 반면, 배 의원과 이정미 대표가 속한 인천연합은 자강을 주장하면서 신당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즉, 인천연합 측에서 재창당 노선을 달리하는 장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을 막기 위해 배 의원을 내세웠다는 것이 당 안팎의 평가다.
실제로 정의당은 지난 2월 혁신재창당위원회를 출범한 뒤 전국대장정을 통해 재창당을 이어가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과 관련해 당내 갈등이 큰 상태다. 인천연합과 세번째권력 외에도 이동영 전 수석대변인과 일부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속한 의견그룹에선 '제3지대 신당 창당론'을 주장하는가 하면, 김종민 전 부대표 등이 속한 의견그룹에서는 '진보정당 간의 연합'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당 관계자는 "5~6월 동안 전국위원회를 열고 내부 토론을 통해 재창당 노선을 정할 것"이라며 "지도부와 당내 여러 그룹의 입장 간극이 큰 만큼 이를 좁히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