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AI가 세상 바꿔도 인간 지능은 못 넘어"

입력
2023.05.07 08:19
18면
버크셔해서웨이 주총서 유보적 견해 표명
"챗GPT, 원자폭탄 개발과 유사... 매우 위험"
SVB 파산 관련해선 "그대로 뒀으면 재앙"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눈부시게 진보하고 있는 인공지능(AI)에 대해 유보적인 견해를 밝혔다. AI가 언젠가 세상을 완전히 바꾸겠지만,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본 것이다.

미국 CNBC방송은 6일(현지시간) 버핏이 미 네브래스카주(州)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버핏은 이 자리에서 "AI가 세상 모든 것을 변화시키는 날이 올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는 의견을 내놨다.

특히 버핏은 최근 챗GPT 열풍과 관련, "원자폭탄 개발과 매우 유사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원자폭탄 개발이 기술적 관점에선 엄청난 인류의 진보였으나 그 피해는 결국 엄청났다"고 설명했다. 기술 발전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버핏의 단짝이자 사업 파트너인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도 비슷한 생각을 내비쳤다. 멍거 부회장은 "개인적으로는 AI 기술에 대한 일부 과도한 기대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인공지능이 아닌) 옛날식 지능이 아주 잘 작동하고 있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우리 주변에서 더 많은 로봇 기술을 보게 될 것"이라며 AI와 로봇 기술이 확산하고 발전될 것임을 인정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버핏이 투자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 중소은행 위기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미 금융당국의 '예금 보호' 발표 없이) 고객들을 그대로 놔뒀더라면 '재앙'이 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당국이 그렇게 안 했다면 대참사가 일어났을 것"이라며 "보험에 들지 않은 예금자들을 내버려 뒀다면 모든 은행에서 뱅크런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인 애플에 대한 칭찬도 쏟아냈다. 버핏은 "비즈니스의 기술적 측면을 배울 수 없더라도 다른 요소를 이해하고 계속 배울 수 있다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했다. 그리고 애플을 예시로 들어 "나는 전화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지만 소비자 행동을 이해한다"며 "우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똑똑해지는 게 아니라 조금 더 현명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애플은 우리가 (지분을) 소유한 어떤 기업보다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애플 지분을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버핏은 아이폰과 함께 가정에서 2대의 차량을 보유한 소비자의 예를 들어 애플의 경쟁력을 설명했다. 이 소비자가 3만5,000달러 상당의 두 번째 자가용이나 1,500달러짜리 아이폰 중 하나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경우, 대부분은 두 번째 자가용을 처분하고 아이폰은 계속 보유하는 걸 선택할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버핏은 "아이폰은 대단히 뛰어난 상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수년 전 애플 지분 중 일부를 회계적인 이유로 팔았다"며 "멍청한 결정이었고 후회한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