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노숙인이 미국 도심에서 목 졸려 사망했다. 장소는 달리는 뉴욕 지하철 열차 안. 지하철에서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일으킨 그를 백인 남성이 ‘헤드록’으로 저지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숨졌다.
미국 사회가 이번 사건을 주목하는 건 인종차별 요소 때문만은 아니다. "나를 신경 쓰이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모르는 사람을 살해하는 사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추가된 또 하나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4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일 열차 안에서 30세 흑인 남성 조던 닐리가 다른 승객들에게 “배고프고 목이 마르다”고 외치며 돌아다닌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그는 지하철역에서 마이클 잭슨의 춤을 따라하는 것으로 유명한 노숙인으로, 가족들은 그가 정신질환이 있다고 했다.
닐리가 멈추지 않자 미 해병 출신의 24세 백인 남성이 그에게 달려들었다. 닐리의 뒤에서 목에 팔을 두르고 압박하는 동안 승객 2명이 가세해 닐리의 저항을 막았다. 이들은 닐리를 15분 동안 짓눌렀고 닐리가 움직임을 멈춘 뒤에도 50초간 팔을 풀지 않았다. 의식을 잃은 닐리는 병원으로 옮겨졌다 숨졌다. 뉴욕시 검시관실은 "목 졸림에 의한 사망으로, 살해라고 본다"는 검시 의견을 제시했다. 헤드록을 한 남성은 구금됐다가 풀려나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은 술렁였다. “(유색 인종, 정신 이상자에 대한) 이중 차별”(아드리엔 애덤스 뉴욕시의회 의장), “뉴욕은 (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범죄의 도시인) 고담시가 아니다. 정신 상태가 정상이 아닌 노숙인이 ‘자경단’에 갑자기 제압당해 죽어선 안 된다”(브래드 랜더 뉴욕 감사원장)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처럼 미국에선 '나를 불편하게 하는 타인'에 대한 우발적 공격이 늘어나고 있다. 주로 총기가 사용된다. 과거엔 총기 난사가 사회에 대한 불만에 따른 계획 범죄인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 들어선 성질이 달라졌다.
지난달 미주리에선 주소를 착각해 초인종을 누른 흑인 소년이 백인 노인에게 총을 맞았고, 텍사스에서는 주차장에서 자기 차를 헷갈린 10대 소녀 둘이 운전자에게 총격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 뉴욕에서는 20대 청년들이 길을 찾던 중 실수로 주택 마당에 진입했다가 집주인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테네시의 슈퍼마켓 직원은 임산부가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해 뒤를 밟다가 총을 쐈고, 텍사스에선 “아기가 자고 있으니 사격 연습을 멈춰 달라”는 부탁을 받은 남성이 이웃 가족 등 5명을 살해했다.
록산 게이 미 퍼듀대학 부교수 겸 문화비평가는 4일 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닐리의 죽음도 총기만 빠졌을 뿐 (최근 사건들과) 본질적으로 같다”고 지적했다.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우발적으로 사적 보복을 했다는 것이다. 게이 교수는 에릭 아담스 뉴욕 시장을 겨냥해 “닐리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채 그가 정신질환자였다는 것만 강조한다”면서 "나를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죽인 것을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