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야속해"... 4년 만 '노 마스크' 어린이날에도 실내만 북적

입력
2023.05.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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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 어린이날 장대비에 실내로 몰려 
놀이공원 '오픈런' 예사... 영화관도 만석
게임·요리하며 집콕놀이 즐기는 가족도

5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한 키즈카페는 이미 ‘풀방(만석)’이었다. 약 500㎡(150평) 규모 공간에 15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까르르’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는 아이들과 미니 기차, 범퍼카 등의 장난감이 뒤엉켜 걸어 다니기 어려울 정도였다. 5세, 8세 두 자녀와 이곳을 찾은 김용진(45)씨는 “3주 전 ‘광클(빠르게 클릭)’해 애들이 좋아하는 캠핑장을 예약했지만, 비 소식에 어쩔 수 없이 키즈카페로 눈을 돌렸다”고 아쉬워했다. 8년간 카페를 운영한 이광진(43) 사장은 “통상 어린이날 연휴 기간에는 장사가 안 되는데, 올해는 평소보다 2배 가까운 손님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하늘이 야속하기만 했다. 특히 올해는 4년 만에 맞은 ‘노 마스크’ 어린이날. 자녀도 부모도 모처럼의 바깥 나들이를 잔뜩 별렀지만,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비가 내려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어린이날 당일에 비가 내린 건 2005년 이후 18년 만이다. 대신 키즈카페, 수족관, 영화관 등 실내 놀이공간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가족 단위 ‘오픈런(영업 전 사람들이 몰려 대기하는 현상)’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아예 놀이 계획을 접고 시간을 보내는 ‘집콕족’ 역시 적지 않았다.

롯데월드 개장 전 대기만 1000명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정문 앞에는 80여 명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렸다. 최동민(40)씨는 “딸이 용인 에버랜드를 가고 싶다고 했는데, 비가 많이 내려 롯데월드에 왔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은 개장(오전 10시) 서너 시간 전부터 일찌감치 도착해 대기했다. 대기 인원은 한때 1,000명을 웃돌기도 했다. 다만 롯데월드 측은 “예상보다는 방문객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유일한 실내 테마파크라 시민들이 대체 놀이장소를 물색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 전날 저녁부터 인터넷 맘카페에는 롯데월드 방문을 놓고 고민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최씨는 “눈치게임의 승자인 셈”이라며 웃었다.

실내 동물원ㆍ수족관, 영화관도 때 아닌 대목을 맞았다.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복합쇼핑몰 타임스퀘어 내 실내 동물원 ‘주렁주렁’ 입구 한쪽에는 유모차 30~40대가 ‘주차’돼 있었다. 10세 자녀와 함께 온 박성호(50)씨는 “표를 끊으면 3시간 정도 동물원을 이용할 수 있는데 안에 사람이 너무 많아 더워서 1시간 만에 나왔다”고 말했다. 초등생 아들과 영화관에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관람한 이상민(45)씨도 “이른 시간임에도 대부분 영화가 매진돼 팝콘 사는 데만 수십 분 걸렸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비 오고 독감도 유행인데 이참에 '집콕'

쏟아지는 비에 환절기 ‘독감 유행주의보’까지 발령된 탓인지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서 어린이날을 보내는 가족도 적지 않았다. 30대 전모씨는 “유명 가수들이 출연하는 어린이날 야외 특별공연에 초청받아 가족과 가려다 독감이 유행한다는 얘기가 맘에 걸려 연휴 내내 집에 있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맘카페 등에서는 보물찾기, 림보, 수건 줄다리기 등 여러 집콕놀이 팁도 많이 공유됐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가족끼리 쿠키를 만들거나 종이접기를 하는 등 가정에서 의미 있게 어린이날을 보내는 가족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왔다.




김소희 기자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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