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가상자산 재산 공개, 안 할 이유 없다

입력
2023.05.0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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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십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보유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의원의 공직자 재산신고에는 담기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이 가상자산을 신고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으니, 현행법상 문제 될 것은 전혀 없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600만 명이 넘고 시가총액이 20조 원을 오가는데 이런 재산신고 제도가 정상인가.

조선일보는 김 의원이 작년 1~2월 W코인 80만여 개를 보유했으며 2월 말에서 3월 초 전량 인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 시기 해당 코인의 가격(6,500원 안팎)을 적용해보면 50억 원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작년 말 기준 김 의원의 재산신고액은 15억 원을 조금 웃돈다. 건물, 예금, 채권 등만 신고했을 뿐 가상자산 항목은 없었다.

공직자윤리법이 공직자의 재산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부정한 재산 증식을 막고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현금부터 부동산 예금 주식 채권 보석류 골동품 자동차까지 모조리 신고하도록 하는데 가상자산은 아직 제외돼 있다.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가 작년 말 672만 명에 달하고, 시가총액이 19조 원에 달하는 현실에서 말이 되지 않는다. 거래 실명제가 도입됐다지만 여전히 가상자산은 좋은 재산 은닉 수단 아닌가. “공직자에게 가상자산 관련 이해 충돌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국회입법조사처)는 우려도 많다.

공직자의 가상자산 투자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실제 김 의원은 “2016년부터 실명계좌를 통한 가상자산 투자를 수차례 밝혀왔다”고 했다. 원외인사이지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가상자산 투자로 선거 서너 번 치를 정도의 돈을 벌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요한 건 법·제도 정비다. 여야 의원 11명은 지난 2일 공직자의 등록대상 재산에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유사 취지의 법안이 2018년부터 여러 건 발의됐지만 지금까지 방치돼 왔다. 이번에는 더 미루지 말아야 한다.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경우 주식처럼 백지신탁을 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도 이 참에 마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