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라종우 대위는 부인 안선영씨와 10여 년을 같이 살았다. 하지만 라 대위의 집에는 그 흔한 결혼사진 한 장이 없었다. 군인의 숙명인 전방 대기 근무는 물론 암 투병 중인 어머니 간병을 위해 결혼식을 미뤄 왔기 때문이다.
이제 라 대위의 꿈 하나가 이뤄졌다. 육군이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군과 가정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온 모범장병 및 군무원 5쌍을 선발해 특별한 합동결혼식을 열었다. 육군은 5일 서울 용산구 육군호텔 '로카우스'에서 박정환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모범간부 대상 합동결혼식을 거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혼식에는 라 대위 부부와 7형제 다둥이 가족인 최창규 상사 부부, 4남매 가족인 박철우 상사 부부, 국적을 초월한 사랑으로 미얀마인 아내와 다문화 가정을 이루게 된 김학재 중사 부부, 강원 철원군과 충남 계룡시를 오가며 왕복 500㎞의 장거리 연애를 3년간 이어온 손철·강지우 주무관이 함께 했다.
결혼식은 축제처럼 열렸다. 전통적 주례 대신 신랑ㆍ신부의 사연과 부모님, 전우들의 축하와 응원이 이어졌다. 박 상사의 쌍둥이 자녀가 화동으로 나섰고, 최 상사의 일곱 아들은 아버지의 뒤늦은 프러포즈를 도왔다. 육군 군악의장대대는 예도와 축하공연으로 흥을 돋웠다. 김 중사의 부인 메이팅찌의 가족을 위해 라이브 영상을 미얀마로 송출하기도 했다. 육군 27사단 수색대대 출신인 가수 김태우씨는 축가로 다섯 부부의 미래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했다. 육군은 결혼식, 피로연, 웨딩촬영 등 예식에 필요한 모든 비용과 해외 신혼여행, 혼수 가전 등을 결혼선물로 지원하며 다섯 가정의 새 출발을 축복했다.
합동결혼식을 통해 20년 만에 식을 올린 최 상사는 “우리 부부의 새 출발을 위해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결혼식을 마련해 준 육군에 감사한다”며 “앞으로 군인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