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골프 세계 유일의 국가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이 개막한 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TPC 히딩파크. 한국 미국 중국 등 롤렉스 랭킹(2006년부터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 순위) 기준 상위 8개국, 32명의 선수가 나서는 이 대회의 무대인 골프장 곳곳에 낯익은 주황색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대회 후원을 맡은 '한화 라이프플러스'의 로고였다. 대회장 입구 쪽엔 경기 관람객들을 위한 한화 팬파크도 눈에 띄었다. 퍼팅 게임, 포토존 등 즐길거리와 더불어 응원도구를 나눠주는 공간으로, 이 역시 한화가 직접 꾸렸다.
한화생명을 비롯한 한화 금융 5개 계열사의 공동 브랜드 라이프플러스(Lifeplus)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주관으로 열리는 이번 대회의 최대 후원사다. 2년마다 열리는 이 대회를 한화가 후원한 건 올해가 처음으로, 이미 2027년 대회까지 후원도 확정한 상태다.
야구나 불꽃축제가 아닌 '골프'와 '한화'는 생소한 조합이다. 첫 후원을 기념하고 한국 대표로 출전한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총출동한 5개 계열사 대표들은 기자들과 만나 "한화 라이프플러스를 세계에 알릴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 공략에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해외 진출은 한화 금융사들의 숙원사업이다. 5개사 중 맏형 격인 한화생명은 국내 생명보험사 중 가장 많은 해외 영업법인을 두고 있고, 한화손해보험은 인도네시아 재계 6위 리포그룹의 자회사인 리포손해보험 지분 약 15%를 인수하기도 했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는 이처럼 해외 공략에 집중하는 데 대해 "한국의 반도체와 자동차는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는 반면 금융은 뒤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자인하며 "이제 금융업도 세계에서 강한 산업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이번 대회 후원엔 금융사들의 약한 고리인 MZ세대와 더 가까워지려는 의도도 깔렸다. 젊은층에서 골프인구가 많아지고 있는 사실을 고려한 것이다. 한화 금융사들은 미래세대 공략을 위해 2017년 라이프플러스란 완전히 새로운 이름의 브랜드를 만들었고, 라이프플러스를 앞세워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여 사장은 "우리 회사뿐 아니라 생명보험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가 고객들 평균 연령이 점점 높아진다는 것"이라며 "젊은 분들을 고객으로 꼭 모셔오겠다는 사명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