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 조우형 구속영장 기각

입력
2023.05.05 00:18
대장동 일당 공범... 특경 배임 등 혐의
서판교 터널 개통 등 공무상 비밀 이용
사업 초기 투자금 유치한 '숨은 조력자'
법원 "동일 사실관계 적용 공범 재판 중
충분한 심리 위해 불구속 재판 필요성"

대장동 개발사업을 주도한 화천대유의 관계사인 '천화동인 6호'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조우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조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이재명, 유동규 등 배임 혐의 공범으로 적시된 관련자들이 동일 사실관계에 기초한 범죄로 기소돼 별도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그들 중 상당수가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향후 관련 재판의 종결까지는 상당한 기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의자 본인과 관련자들 범죄 성립 여부, 가담한 공범들 사이의 구체적 기여도, 배임으로 인한 손해액 산정 등 다양한 쟁점이 존재하고 있어 피의자 역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부장판사는 "(또한) 사건의 재판 진행 경과와 수집된 증거들, 향후 수집이 예상되는 증거들의 현황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130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제시하며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도주 우려를 강조했다. 조씨 측은 70장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하며 배임 공범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조씨가 대장동 일당과 공모해 7,886억 원의 개발이익을 취득하고,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가 서판교터널 개통 등 대장동 사업 관련 미공개 정보와 성남시의 특혜성 인허가 사실을 토대로 투자금을 끌어오는 역할을 한 것으로도 보고 있다. 2009년 부산저축은행 등으로부터 1,805억 원을 대출받아 사업 초기 자금을 조달하고, 2015~2017년 투자전문사 킨앤파트너스에서 492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도운 '숨은 공로자'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조씨는 천화동인 6호 소유주를 조현성 변호사 명의로 가장해 2019년 3월~2021년 3월 배당 이익 283억 원을 수수하는 등 범죄수익을 은닉한 혐의도 받는다. 서류상 소유주인 조 변호사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혐의로 입건됐다.

검찰이 이날 조씨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은 천화동인 6호의 배당 수익 일부가 대장동 사업을 위한 로비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자금 흐름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특히 조씨가 천화동인 6호 차명 소유주로 내세웠던 조 변호사가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같은 법률사무소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점, 조씨 역시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알선 사건 당시 박 전 특검의 변호를 받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박 전 특검은 '50억 클럽'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강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