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학원가에 뿌려진 '마약 음료'를 제조·공급한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마약 공급책 등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금전 갈취를 목적으로 학생들을 속여 마약을 투약했다며 최대 사형이 가능한 법 조항을 적용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전담수사팀(팀장 신준호)은 4일 마약 음료 제조‧공급책 길모(25)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과 특수상해 등 혐의로, 전화중계기 관리책 김모(39)씨를 공갈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을 공급한 박모(39·중국 국적)씨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길씨는 △영리목적 미성년자 필로폰 투약 △미성년자 필로폰 투약에 의한 특수상해 △보이스피싱 범죄단체가입・활동 △공갈미수 등 혐의를 받는다. 당초 경찰이 적용한 '미성년자 마약제공' 혐의는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필로폰) 투약'으로 최종 변경됐다. 단순 마약 제공과 달리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다.
검찰은 경찰의 사건 송치 이후 마약 음료 제조 과정 시연 등 보강수사를 거쳐 조직적 범죄 행위를 재확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길씨는 올해 3월 중국 체류 중인 친구의 권유로 중국에 근거지를 둔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입했다. 이후 지시에 따라 필로폰 10g을 소분, 멸균우유 10ℓ에 섞어 마약 음료 100병을 만들었다. 한 병에는 3회 투약분에 해당하는 필로폰 약 0.1g이 들어갔다.
마약 음료는 지난달 3, 4일 서울의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전달된 뒤 강남구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를 빙자해 학생들에게 건네졌다. 이후 보이스피싱 일당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돈을 내놓지 않으면 자녀의 마약 복용을 신고하겠다"는 협박 전화를 걸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학생 13명 중 음료를 섭취한 학생은 9명이며, 이 중 6명은 환각 증세까지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과정에서 조직원 김씨는 144개의 유심칩과 중계기를 이용, 협박전화 번호를 '070'에서 '010'으로 변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씨에게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와 함께 차명 계좌로 1,542만 원의 범죄 수익금을 받은 혐의(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를 적용했다.
검찰은 40대 보이스피싱 조직원 모집책도 추가로 검거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 3명의 통화 상대방 약 300명에 관한 계좌 거래내역 및 출입국 내역 등을 집중분석, 국내에 체류 중인 공범의 인적사항을 확보해 최근 체포했고 지난 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중국에 체류 중인 보이스피싱 총책 추적에 속도를 내는 한편 국내외 공범 여부도 추가로 밝히며 윗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