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중국 압박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민주당은 중국 투자와 첨단 기술 이전을 제한하는 ‘중국 경쟁 법안 2.0’ 입법 계획을 밝혔다. 여기에는 중국의 ‘일대일로’와 유사한 미국판 원조 프로그램 도입 계획도 들어 있다. 공화당에서는 중국 업체와 협력 폭을 넓히는 포드자동차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양당 상원의원들은 중국 업체의 우회 수출을 막겠다며 동남아시아산 태양광 부품 관세 면제 반대 결의안도 채택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대(對)중국 견제 패키지 입법 계획을 발표했다. 수출통제 확대, 중국에 대한 투자 제한이 골자다. 슈머 원내대표는 “중국이 21세기를 장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이 현실에 안주해 중국 공산당에 당한다면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심각한 결과가 닥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중국으로 기술이 흘러가는 것을 제한하고, 미국 자본이 중국 기업으로 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규칙 강화 법안을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도체 수출통제 강화 조치처럼 중국의 첨단산업 굴기를 제어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첨단기술산업으로 미국 자본이 투입되는지 조사하고 중단할 수 있는 새로운 권한을 미 재무부와 상무부에 부여하고,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투자 심사 절차를 강화하는 조치도 예고됐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일대일로 대체를 위해 미국식 원조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19일부터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 투자를 일부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공화당에서도 중국 견제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대중국 강경파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이날 미국 포드자동차가 중국 업체와 합작해 인도네시아 니켈 처리시설에 45억 달러(약 5조8,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한 결정을 조사해야 한다는 서한을 상무부, 재무부, 국무부 장관에게 보냈다.
그는 지난달에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업체 CATL이 포드와 지분 없는 합작사를 세우는 방식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우회하려 하자 이를 차단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미 상원은 이날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 4개국산 태양광 패널 등 부품 관세 면제를 철회하도록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공화당이 주도한 이 결의안에는 민주당 의원도 9명이나 찬성표를 던졌다. 결의안은 중국이 제3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어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한편 미국 백악관도 4일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분야 차세대 국제 표준 정립을 위한 '핵심 및 신흥 기술(Critical and Emerging Technology·CET)' 분야 국가 표준 전략을 발표했다. 그동안 민간 영역에서 주로 이뤄지던 표준 개발 노력에 미국 정부의 개입을 강화해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 부상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