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10회 연속 금리 인상 결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금리는 상단 기준 5.25%까지 올랐다. 2007년 이후 16년 만의 최고 수준 금리다.
이번 인상을 끝으로 1년 넘게 지속된 금리 인상 흐름이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금리 인하 전환은 ‘시기상조’라는 전망도 많아지고 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3월에 이어 세 번 연속 ‘베이비 스텝(Baby stepㆍ금리 한 번에 0.25%포인트 인상)’을 밟은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4.75~5.00%에서 5.00~5.25% 범위로 올라갔다. 2007년 이후 최고 수준 금리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미 간 기준 금리 차이는 1.50∼1.75%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연준은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금리를 제로금리 수준까지 낮췄다가 2년 만인 지난해 3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뒤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했다.
다만 미국 금리는 당분간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은 지난해 6월, 7월, 9월, 11월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ㆍ금리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 12월 ‘빅 스텝(Big Stepㆍ금리 한 번에 0.50%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인플레이션 차단에 집중했다.
그 결과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 상승에 그치는 등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은 뚜렷해졌다. 연준 물가 목표치(2%)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22개월 만에 처음으로 5% 대에 진입한 것이다.
또 미국 내 경기 침체 우려도 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 등 의원 10여명은 2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연준의 통화정책으로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실직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면서 금리 인상 중단을 요구했다고 CNBC방송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금리 인상을 이제는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3월 FOMC 위원 18명 중 과반이 한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한 뒤 동결하는 방향으로 경제 상황을 내다보는 등 이번 베이비스텝 인상이 당분간 마지막 금리 인상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특히 FOMC는 성명에서 “추가 정책 강화(금리 인상)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금리) 목표 범위의 인상 폭을 결정할 때”라는 인상 관련 단정적 표현을 뺐다. 금리 동결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가능했다.
반면 파월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동결에 관한 결정은 오늘 내려지지 않았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또 “우리 (FOMC)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해소에) 시간이 걸릴 것이며 그러한 관측이 대체로 맞다면 금리 인하는 부적절하고, 우리는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5월 FOMC 회의를 기점으로 금리 인상을 멈추고 연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투자자 기대와는 온도 차이가 있는 발언이었다.
미국 뉴욕증시는 연준의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결정 후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70.29포인트(0.80%) 하락한 3만3,414.24에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8.83포인트(0.70%) 떨어진 4,090.75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5.18포인트(0.46%) 내린 1만2,025.33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