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시민참여단 500명을 대상으로 두 차례의 난상토론을 포함한 공론조사를 진행한다. 앞서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 결정 당시와 유사한 방식의 숙의 과정을 거쳐 잠시 소강상태에 빠진 선거제 개편 논의에 다시 불을 붙이려는 것이다.
남인순 정개특위 위원장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00인의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5월 6일과 13일 이틀간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공론조사를 실시한다"며 "발제와 전문가 토론 등 주요 일정을 생중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론조사에 참여하는 500명은 권역·성·연령별로 인구비례를 따라 배분해 구성했다. 사전에 시민 5,000명을 대상으로 선거제 개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이 비율에 따라 참여자를 선정했다.
이들은 사전에 제공받은 자료집, 영상자료 등을 통해 미리 선거제도를 학습한 뒤 오는 6일, 13일에 패널 토의, 전문가 질의응답, 분임 토의를 통해 선거제 개편과 관한 자신의 견해를 결정한다. 공론조사 의제는 △선거제도 개편의 원칙과 목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구 크기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방식 △지역구·비례대표 의석비율과 의원정수 등 네 가지다.
정개특위는 시민참여단 모집 직후와 6일 예정인 첫 토론 직전, 그리고 13일 진행되는 마지막 토론 후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참여단 의견을 듣고, 선거제 개편안에 이를 반영한다. 지난 2017년 신고리 원전 5, 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결정할 때 2박 3일간 합숙 토론을 진행하고, 참여자 대상 총 네 차례 조사를 진행한 방식과 유사하다.
공론조사 책임자인 김석호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은 "공론조사 중 중요한 일정이 생방송으로 공개되면서 국민과 시민참여단이 함께 호흡하는 조사가 될 것"이라며 "정치권이 더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정치개혁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개특위는 공론조사 결과에다 정치학자, 법학자를 대상으로 한 전문가 조사 결과까지 더해 선거제 개편안 도출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신고리 원전 공론조사와는 달리 기속력이 없다 보니 들러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총선에 나설 의원들이 게임의 룰을 스스로 정하는 과정에서 조사 결과가 제대로 반영될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앞서 전원위에서 "선수가 경기규칙을 만들고 심판을 보겠다고 나서는 꼴"이라며 "전원위를 거친 국회의 안도 하나의 방안으로 내놓고 선관위 안, 공론조사 안, 전문가 안을 도출해 선택과 결정은 시민이 하도록 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정개특위는 앞으로 구성될 전원위 소위 등을 거치면서 국회가 공론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 위원장은 "단발적인 여론조사가 아니라 자료를 제공하고 토론을 거치는 등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하는 과정"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국회가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