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위기 우려가 다시 증폭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지난 1일(현지시간) ‘제2의 SVB’로 꼽혀 파산 위기에 몰린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전격 인수하면서 애써 “(은행) 위기는 거의 끝났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일 뉴욕 증시에선 로스앤젤레스 팩웨스트 뱅코프 주가가 27.8% 폭락하는 등 미국 지역은행 주가가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전직하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에 대한 신속 구제에도 불구하고 위기감이 진화되지 않는 건 상황 악화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위기까지만 해도 중소은행들이 지급준비금으로 사둔 미국 국채가격이 금리상승에 따라 하락하면서 예금 인출 불안감에 따른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엔 거기에 더해 은행들이 담보로 확보한 상업용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대출 부실화 우려까지 겹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5년까지 만기 도래 현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1조5,000억 달러(약 1,980조 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 등 긴축기조가 지속되고 경기둔화까지 겹쳐 부동산 침체가 발생하면 은행 지급여력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이날 발표된 ‘후버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4,800개 은행 중에서 채무보다 자산이 더 적은 잠재적 지급불능 상태인 은행이 지금도 절반인 2,315개에 달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3일 “미국 은행 긴장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대한상의 주최 ‘해외부동산 투자펀드 위기 대응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72조 원 규모에 달한 국내 해외부동산펀드 경로를 통한 미국 위기의 국내 전이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안 그래도 국내 부동산 침체 가능성이 최대 금융리스크로 꼽히는 상황이다. 국내외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방파제를 더욱 튼튼히 다져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