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알던 임팩트 투자가가 지난 한 해를 결산한 임팩트리포트를 보내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첫 장을 열었는데, 한달음에 끝까지 훑어보게 되었다. 그간 내가 알았던 임팩트 투자의 세상이 이렇게나 다양하고 깊어졌을 줄이야!
맨 처음으로 울림을 준 회사는 산업현장의 메탄가스를 원료로 기존 석유계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생분해성 소재인 PHA를 만드는 회사였다. 메탄과 PHA에 관심을 둔 여성 환경공학 박사 3명이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창업한 회사였다. 이 회사의 강점은 기후변화라는 문제를 이중적으로 대처한다는 점이었다. 온실가스인 메탄을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1차적으로, 이를 원료로 토양과 해양에서도 썩는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듦으로써 2중적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기존 PHA는 사탕수수 등 식량자원을 주원료로 사용하기에 식량부족 문제와 상충되는데, 이 회사는 반드시 저감해야 할 메탄가스를 사용함으로써 그런 단점까지 회피하였다. 오히려, 메탄 단일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재료 사전 처리나 품질관리를 생략할 수 있어 원가 절감효과도 크다고 한다.
2017년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용수의 80%는 적절한 수처리 없이 방류된다고 한다. 그러기에, 폐수에서 오염원을 제거하여 재사용케 만드는 폐수무방류 솔루션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두 번째 회사는 대량의 폐수를 정제하여 물재활용률을 높이고자, 2016년 뉴질랜드에서 창업한 폐수무방류 솔루션기업이다. 기존의 열기반 솔루션은 고온의 열을 사용함에 따라 에너지효율이 낮다는 치명적 한계가 있는데, 이 뉴질랜드 회사는 비가열식 용매추출 기반의 솔루션을 개발함으로써, 물 재생률은 98%로 높이고, 에너지는 무려 75%나 절감한다. 아울러, 용매추출 과정에서 폐수에 녹아있는 고부가 금속을 회수함으로써 동 금속의 판매 부수입까지 일궈낸다.
세 번째 회사는 발달장애 아동의 진단과 치료를 돕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한국의 스타트업이다. 발달장애는 전 세계 아동의 5분의 1이 경험하는 흔한 질환인데, 특히 조기 진단과 적기 치료는 아동의 삶의 질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하지만, 의료 수준이 높은 국가에서도 질환의 진단·치료 접근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라고 한다. 이 회사는 영유아를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를 기치로, 임상적으로 입증된 '디지털 치료제'를 보급하여 의료 사각지대를 줄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인간의 생애주기 가운데 데이터가 가장 빈약한 시기가 영유아기이며, 조기 진단과 적기 치료 솔루션이 절대 부족한 영역이 발달장애 영역이라고 한다. 현재 발달장애 인지시점에서 대학병원 초진에 이르기까지는 최소 6개월 평균 2년의 시기가 소요되는데, 이 회사는 가정에서 모바일 기기로 발달지연 가능성을 파악하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조기 치료에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킨다고 한다. 이로 인해 아동의 삶의 질 개선은 물론, 그간 누적되어온 높은 사회적 비용도 대폭 절감하게 된다.
상기 투자사례를 보면서, 최근 임팩트 투자의 폭과 넓이가 한층 풍성해지고 깊어졌음을 경이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외를 넘나드는 기업발굴도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도 비즈니스 영역에 사회적 임팩트가 조화롭게 녹아있는 모델을 확인하면서 즐겁게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