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보증금 선(先)보상, 피해자 요건 등을 두고 여야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탓이다.
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전세사기 특별법 관련 법안은 총 3개다. 여당에서는 정부 논의하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야당에서는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전날 3개 법안을 묶어 심사했지만, 합의가 불발됐다.
가장 큰 쟁점은 ①공공 채권 매입이다.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보증금 반환 채권을 사들여 보증금을 보전한 뒤 차후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게 골자다. 채권 가격은 국토교통부가 위원회를 꾸려 정하는데, 반드시 보증금의 절반 이상이어야 한다. 이는 피해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대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당이 발의한 정부안엔 해당 내용이 빠졌다. 소관 부처인 국토부는 사기 피해 금액을 국가가 대납하는 건 다른 범죄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데다 현행 제도상 피해자가 원하는 금액에 채권을 사들이는 건 불가하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②지원 대상도 다르다. 야당안은 임대차 계약 만료 후 한 달 내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주택은 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 계약기간 중 경·공매, 임대인 파산 또는 회생으로 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경우도 포함한다.
반면 정부안은 국토부 산하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요건에 맞는 사람만 피해자로 규정한다.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6대 피해자 요건을 발표했지만 엄격하고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1일 이를 완화해 국회에 제안했다.
정부는 △보증금 3억 원 이하(단 150% 범위 내 조정 가능) △보증금 전부 또는 일부를 돌려받지 못한 경우 △경·공매가 진행 중인 곳뿐 아니라 임대인 파산, 회생 절차 개시한 주택 △수사 개시 외에도 동시진행 등 전세사기 고의성이 의심되는 경우 △대항력이 없고 확정일자를 못 받았더라도 임차권 등기를 마친 경우 지원 대상으로 본다. 이처럼 피해자 문턱은 낮아졌지만, 범위가 더욱 포괄적인 야당안과는 여전히 차이가 있다.
야당은 발의안 외에도 경매 시 소액 임차인의 보증금이 보장되는 최우선변제 기준을 시세에 맞춰 현실화하고 피해자에게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의당은 임차인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공공이 공·경매를 일괄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상정 의원은 "6개월간 경매 중단이 이루어지는 만큼 당장은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며 "특별법이 부실한 면피용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 간 입장 차가 이어지며 정부가 목표한 이달 초 국회 본회의 통과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토위는 3일 다시 회의를 열고 재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