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검찰출석 송영길, ‘표적 수사’ 주장할 일 아니다

입력
2023.05.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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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전 조율 없이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가 로비에서 출입을 거부당하고 돌아갔다. 수사 초기에 불과한 상황이라 검찰이 조사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건 송 전 대표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검찰 수사가 야권에 집중되고 있다는 불만에는 합당한 측면이 있으나, 이런 ‘정치쇼’로 보이는 힘겨루기는 정치를 가볍게 만들며 국민 눈살만 찌푸리게 한다.

송 전 대표는 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검사실로 들어가려다 검찰이 거부하면서 10분여 만에 청사 밖으로 나왔다. 그는 준비해온 A4 용지 5장 분량의 입장문을 읽었는데, 여론전을 위한 기자회견이 목적이었다면 ‘검찰 출두’ 형태로 할 일이 아니다. 검찰 소환은 공권력의 집행이며 그 자체로 엄중한 의미를 갖는다. 막무가내로 자진 출두해서 가볍게 ‘이벤트화’해서는 안 된다.

송 전 대표는 “이재명 수사가 효과도 없고 윤석열 정권의 굴욕외교와 경제 무능으로 민심이 계속 나빠지자 송영길을 표적 삼아 정치적 기획수사에 ‘올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돈 봉투’ 사건을 표적 수사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비리를 수사하다가 그의 휴대폰 녹음파일에서 단서가 드러났으며, 수사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다만 검찰도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걸 새겨야 한다. 송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을 담당해야 할 특수부(반부패수사부)가 야당 수사에만 올인해서야 되겠느냐”며 “물극필반(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대로 돌아간다), 과유불급이다. 민심 이반을 검찰 기획수사로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박희태 국회의장 전당대회 금품수수 사건처럼, 사건을 공안부로 이첩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라”고 요구했다. 실제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맡았었다. 수사가 형평성을 벗어나면 불필요한 원한을 사고 그 대가는 돌아오게 돼 있다는 점을 검찰은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