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피하기 위한 부채한도 상한 협상의 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의회가 부채한도 상한을 높이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가 다음 달 1일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채무불이행 위협은) 완전히 무책임하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공화당은 정부 지출 삭감을 주장하면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1일(현지시간)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의회 지도부에 서한을 보내 "6월 초에는 모든 정부 지급을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우리의 최선의 추정"이라며 "아마도 6월 1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현재 예상치를 고려할 때 의회는 가능한 한 빨리 부채 상한을 연장하거나 올리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31조4,000억 달러(약 4경2,100조 원)인 연방정부 차입 제한선(부채한도)은 지난 1월 상한선에 도달했고 재무부는 긴급 조치로 채무를 한도 내에서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마저 6월이면 끝나면서 미국 정부가 더 이상 돈을 빌리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한 하원은 지난달 26일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과 정부 지출 삭감을 연계한 법안을 찬성 217, 반대 215로 가결했다.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작다. 상원에서 민주당은 부채한도 2년 유예 법안 처리를 준비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된다 해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난해 11월 중간선거까지는 민주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이어서 공화당과 줄다리기 끝에 부채한도 상향 법안을 처리해 왔다. 그러나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올해는 부채한도 상향법에 기후변화 기금 폐지, 학자금 대출 탕감 종료 등을 포함한 수십억 달러의 지출 삭감을 포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두고 "무책임한 볼모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정부 지출 구조조정 없이 반복적으로 부채한도 상한선을 인상해 왔다고 미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해 민주당과 공화당 상·하원 지도부와 모두 통화를 하고 오는 9일 부채한도 문제 관련 백악관 회동을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동에서 의회가 디폴트 사태를 피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압박하며 2024 회계연도 예산 처리를 위한 별도 절차에 들어갈 것을 촉구할 방침이다.
최악의 경우 양당이 부채한도 문제를 놓고 끝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미국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에도 부채한도를 놓고 여야 대치가 이어지자 신용평가사 S&P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하향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