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떼는 검사들에 한동훈·이원석… 볼테르·괴테 명언 인용해 조언

입력
2023.05.01 22:45
한동훈, 한석규 인용 "상대 모욕감 주지 말아야"
볼테르 가져와 "상식 맞는 결정하는 게 檢 임무"
이원석, 괴테 들어 "유능한 사람은 배우는 사람"
존 매케인 저서 구절로 "부끄러움 없도록 경계"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이 신참 검사 76명에게 영화배우와 철학자 등의 말과 글을 인용해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 장관은 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검사가 마주쳐야 할 현실 세계엔 평범한 일반인, 회사원, 평범한 국민 같은 건 없고 정상적인 사람, 비정상적인 사람도 없다"며 "그냥 모두가 특별한 뿐"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런 특별한 분들을 대하는데 전문가로서 매너리즘이나 권태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며 "어쩌면 평생 한 번 검찰청에 오는 분들이란 걸 잊지 말라"고 했다.

한 장관은 이어 "오래전 배우 한석규씨가 '상대방에게 모욕감을 주지 말자'는 것을 신조로 삼는다는 인터뷰를 봤다"며 "우리 일이야말로 그 속성 때문에 매일매일 각별히 다짐하지 않으면 의도치 않아도 그렇게 되기 쉽다. 시작하는 여러분이 그 다짐을 해보시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법도 법이지만, 상식에 맞는 결정을 하는 게 검사의 임무"라며 "상식에 안 맞는 결정을 해놓고 '니가 법을 몰라서 그런 거'라는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볼테르의 '상식은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가져와 "일하다 보면 무엇이 상식인지부터 시작해 상식적 결정을 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게 될 것"이라며 "비법은 저도 아직 모르지만 많이 읽고 많이 노력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한 장관은 "여러분이 할 일은 생각보다 더 힘들고 고되겠지만 그게 정상이니 받아들이라"며 "그래도 여러분이 그 일을 잘 해내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덧붙여 "잘하고 싶어서 더 많이 일하게 되고 더 많이 일하면서 또 더 잘하게 되니 자기 일이 더 재미있어지더라"라며 "그렇게 직업에 충실하면 국민을 위하는 일이라는 게 이 직업의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신임 검사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는 "검찰의 일은 개인 권한이나 권력이 아니라 헌법에 따라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책무"라며 "검사는 언제나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국민을 위해 '옳은 일'을 '올바른 방법'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검사는 직업인으로서의 일이 곧바로 공익과 일치하는 영예로운 자리임을 명심하고 어느 곳이든 그 자리의 주인이란 마음으로 책무를 다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 총장은 '유능한 사람은 언제나 배우는 사람이다. 꿈을 품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 속에 천재성과 능력과 기적이 모두 숨어 있다'는 독일 대문호 괴테의 말을 인용하며 시행착오와 경험을 쌓는 '축적의 시간'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형사절차에선 작은 오류나 허점도 용납되지 않는다"며 "검사는 명실상부한 형사사법의 프로페셔널이 되도록 끊임없이 스스로를 갈고닦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총장은 또 존 매케인 전 미국 상원의원의 저서 '인격이 운명이다'에서 '우리는 운명이라 말하지만, 우리 삶에서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순간은 없었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공직자는 어항 속의 물고기와 같이 모든 처신이 훤히 드러나는 삶을 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스스로를 돌아보고 어두운 방 안에 홀로 있어도 부끄러움이 없도록 마음을 다잡고 경계하며, 한순간의 가벼운 처신으로 국민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진실을 향한 냉철한 이성'과 '정의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주문했다. 그는 "미국의 전설적 검사라 불리는 전 뉴욕검찰청 검사장 로버트 모겐소도 성폭력으로 기소된 여러 피고인을 13년이 지난 후 DNA 검사 결과를 토대로 직접 재심을 청구해 바로잡은 적이 있다"며 "진실과 정의만을 추구한다는 바른 생각과 신념이 있다면, 자신의 오류가 발견되더라도 이를 즉시 바로잡을 수 있는 용기와 겸허함이 뒤따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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