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모국어로 문학, 소명 다한 그들…탄생 100주년 문학인 돌아본다

입력
2023.05.02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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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재단-한국작가회의 공동 개최
2023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정한모·한운사 등 6명 조명하고 알리려"

의열단의 독립운동 이념을 정리한 신채호의 '조선혁명선언'과 조선인 학살이 벌어졌던 일본 관동 대지진.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23년 사건들이다. 그해 태어난 문인들은 성인이 된 후에야 모국어인 한국어로 글을 쓸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통한 민족문학 재건이라는 소명을 품게 됐다. 그들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행사가 이달 열린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가 2일 공개한 ‘2023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통해 집중 조명할 문인은 박용구, 방기환, 정한모, 한성기, 한운사, 홍구범 등 1923년생 문인 6명이다. 우선 11일 광화문 교보빌딩에서는 각 문인들의 활동을 학술적으로 정리하는 심포지엄이 개최된다. 주제는 ‘발견과 확산: 지역, 매체, 장르, 그리고 독자’다. 유튜브로도 생중계한다. 이튿날(12일)은 대중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행사로 '문학의 밤-백 년을 위한 낭독'이 오후 7시부터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진행된다. 김민지, 김수온, 김호성, 도재경, 장성욱 등 젊은 작가들이 선배 문인들의 작품을 낭독한다.

행사 기획위원장을 맡은 우찬제 평론가(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들 6명에 대해 "모국어로 시를 쓰거나 이야기를 지을 수 없었던 시절을 지나 대개 해방기에 활동을 시작한 이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선정 배경에 대해 "기존 문학사(연구)의 게으름 탓에 평가받지 못한 작가들 중 한국 문학사에서 새롭게 의미를 얻을 만한 작가들을 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문예지 '문예'(1949~1954)를 중심으로 활동한 인물들이 특히 눈에 띈다. 문예에서는 홍구범, 박용구가 실무 편집자로 일했고 시인 한성기가 등단했다. 멈추지 않고 한국어로 쓰는 일 자체가 중요하던 시기라 장르를 넘나든 활동도 특징적이다. 방기환은 소설 이외에도 희곡, 동화, 소년소설 등 여러 장르에서 활동했고, 한국일보 문화부장을 역임한 한운사는 소설은 물론 방송극, 영화 시나리오 쪽에서 역동적으로 작품을 발표했다.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는 2001년부터 매년 탄생 100주년을 맞은 문인들을 기리고 그들의 문학을 연구하는 작업을 해 왔다. 문학관의 차이, 문학사를 바라보는 입장의 차이, 정치적 차이 등을 넘어 통합과 포용의 문학사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의 행사다. 올해 기획위원에는 곽효환 시인(한국문학번역원장), 김진희·오창은·이명원·최진석 평론가가 함께했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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