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말뚝 박기? 남중국해엔 훠궈식당, 미얀마 섬엔 군사기지

입력
2023.05.02 04:30

인도·태평양 지역 군사 패권을 두고 미국과 경쟁하는 중국이 군사력 확장을 위한 주요 교두보에 '중국령 말뚝'을 잇달아 박고 있다. 미얀마령의 외딴섬에선 인도 감시를 목표로 한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베트남 등과 영유권을 다투는 파라셀 군도에선 식당을 개업하며 점유권 강화에 나섰다.

영국 가디언은 1일 "미얀마령 코코섬에 중국의 군사기지가 지어지고 있다는 오랜 의혹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왕립 싱크탱크 채텀하우스가 올해 1월 코코섬 일대를 찍은 상업위성 업체 막서테크놀로지의 사진을 분석한 결과, 2.3km 길이의 활주로와 레이더 기지, 격납고, 숙발시설로 추정되는 건물이 들어섰다. 섬 토지를 다지는 흔적도 나왔는데, 이는 추가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중국-미얀마 군부, 경제-안보 거래한 듯"

인도와 미얀마 사이 인도양 북부에 위치한 넓이 7.76㎢의 코코섬은 인도 해군과 공군 기지가 있는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에서 불과 55㎞ 거리다. 1990년대부터 중국이 스파이 기지로 활용한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중국과 미얀마는 부인했다. 인구 1,500명의 작은 섬에 활주로 등 군사 시설이 설치된 것이 드러나면서 의혹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전문가들은 코코섬 기지가 2020년 쿠데타로 집권한 미얀마 군부와 중국의 거래의 결과물일 것으로 본다. 제이슨 타워 미국 평화연구소 미얀마 담당 국장은 "미얀마는 경제 발전을 위해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며 "군부가 (인도의 군사적 동향) 정보를 제공하는 등 중국의 안보 전략 실현에 도움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얀마는 2020년 기준 외채 100억 달러 가운데 약 40%를 중국에 빚지고 있다. 중국이 미얀마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대가로 인도군 활동을 염탐할 수 있는 군사 시설을 코코섬에 지었을 가능성이 있다.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에 훠궈 식당 개업...점유권 굳히기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 지역의 점유권도 강화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남부 하이난성 싼사시 정부는 지난주 파라셀군도(중국명 시사군도) 내 우디섬(융싱섬)에 중국 전통요리인 훠궈 식당 콴자이샹쯔를 개점했다.

파라셀군도는 중국과 베트남, 대만이 각각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의 대표적 분쟁 지역이다. 중국은 2020년 별도 행정 구역으로 선포한 뒤 공항, 학교, 도서관, 병원을 지으며 실효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중앙(CC)TV는 올해 2월 남중국해의 또 다른 분쟁 지역인 스프래틀리(난사)군도에서 군부대를 위해 운영하는 슈퍼마켓을 소개하며 점유권을 과시하기도 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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