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평균 110~120시간 일하고 월평균 당직을 11번 선다. 오전 8시 수술방 들어가서 오후 7시에 나와 아침 겸 점심 겸 저녁을 먹는 게 일상이다. 본보 ‘의사 캐슬 3058’ 취재팀이 들은 흉부외과 전공의의 삶은, 생명을 살리는 필수 진료과가 소수 의사들의 희생과 사명감에 기대어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불안한 의료현장을 여실히 보여줬다. 서둘러 지원과 보상을 강화하고 인력을 확충하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취재팀이 만난 필수 진료과 의사들이 고된 일상을 견뎌내는 원동력은 ‘환자를 살리는 보람’이다. 퇴근을 못해도, 건강이 나빠져도 환자 가족들이 진심을 담아 전한 편지에 마치 ‘중독’이라도 된 듯 그들은 묵묵히 병원을 지키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후학에게 자신이 겪은 가혹한 삶을 물려줄 수 없다는 필수과 의사들의 호소에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응답해야 한다.
젊은 의사들이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라 불리는 필수과를 외면하고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이나 ‘정재영’(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으로 몰린 지는 이미 오래다. 고소득과 워라밸이 보장되는 길을 가겠다는 청년들의 선택을 의사라고 해서 나무랄 순 없다. 필수과에서 일하더라도 가족과 건강을 돌보며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도록 정책으로 뒷받침하는 게 우선이다. 수가만 찔끔찔끔 올린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수년간 경험했다. 불합리한 건강보험 급여 체계를 개선하고, 병원이 ‘값싼’ 전공의에 의존하지 않고 전문의를 늘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2006년부터 묶여 있는 의대 정원도 늘리는 등 의료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할 때다.
정부와 의료계의 협의가 가뜩이나 더딘 마당에 간호법 논란까지 겹쳐 논의의 불씨마저 사그라질까 걱정이다. 이대로라면 “뇌출혈은 누구에게 진료받나 우려하게 될 것”이라는 필수과 의사들의 경고가 현실이 되는 건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