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7개월 내리 역성장했고, 무역수지 연속 적자는 14개월째다. 원화는 나 홀로 약세다. 이런 시그널들이 외환위기 당시와 흡사하다는 경고까지 쏟아져 나오는데, 정작 정부의 대응에선 위기의식이 그리 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어제 발표를 보면 4월 수출액은 작년보다 14.2% 감소했다. 작년 10월부터 7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수출이 수입보다 더 많이 줄면서 무역수지는 또다시 적자였다. 작년 3월 이후 14개월째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긴 적자 행진이다.
반도체 수출이 41%나 감소했고, 대중 무역적자가 전체 적자에 육박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반도체와 중국 수출 호황에 가려졌던 한국 무역구조의 민낯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1월을 정점으로 무역적자폭이 줄고 있지만,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반도체 업황은 아직 개선 기미가 없고, 미중 갈등으로 대중 수출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이러니 주요국 통화가 미 달러화에 비해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 유독 원화만 약세다. 불과 두 달 전 달러당 1,220원이던 환율은 1,340원 안팎을 오간다. 경제 기초체력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수출로 벌어들이는 달러가 줄어드니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과거에는 환율 상승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견인했지만, 최근엔 가뜩이나 비싼 원자재 수입가를 더 높여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더 크게 작용한다.
외환보유액이 4,000억 달러를 넘는데 외환위기 운운은 지나친 호들갑일 수 있다. 하지만 경제는 심리다. 몇 개월 더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응에서 절박한 위기의식은 보이지 않는다. 때마다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하고 수출투자대책회의를 하는데 결과물은 빈약하다. 정작 미국과의 협상에서 반도체나 전기차, 소형모듈원자로(SMR) 등의 실질 성과는 없었고, 대중 수출 위기를 돌파할 구체적 대책도 찾아보기 어렵다. 수출이라는 버팀목이, 무역흑자라는 방파제가 허물어지면 위기는 한순간이다. 총력 대응의 자세가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