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엔 냉장고 소리만…” 부산 등굣길 사고로 10살 딸 잃은 아빠의 눈물

입력
2023.05.01 16:32
부산 등굣길 1.7톤 화물에 깔려 사망한 A양
딸 추억하는 아빠 글에 위로 이어져


“우리 강아지가 없으니… 집이 너무 조용하고.. 적막하고.. 냉장고 소리만 들리네요…”

부산에서 등교 중 굴러 떨어진 1.7톤 화물에 깔리는 사고로 10살 딸을 잃은 아빠가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를 기억하고 싶다”며 쓴 글의 마지막 부분이다. 그의 글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사고는 지난달 28일 오전 8시20분쯤 부산 영도구 청학동의 한 아파트 부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났다. A양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아는 동생의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있었고, 옆엔 30대 여성과 8살 어린이가 있었다. 그런데 이 길과 이어진 비탈길 위쪽에 있는 어망 제조공장 앞에서 하역작업 중이던 1.7톤 무게의 원형 어망실이 지게차에서 떨어져 170여m를 굴러내려와 인도를 걷던 네 사람을 덮쳤다. A양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고, 3명은 부상을 입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주·정차가 금지돼 있는데도 공장 앞 도로 1개 차선을 컨테이너 차량으로 점령한 채 불법 하역작업을 하던 중 벌어진 참사다.

아빠는 학교 간다고 나섰던 아이를 이렇게 잃었다. 그는 “스쿨존 사고를 보면서 뉴스에 나오는 다른 사람의 일로만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도 생길수가 있구나 지금도 실감이 나지가 않는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도 더 큰 사랑을 줬던 막내딸을 추억했다. “공부하다가, 유튜브 보다가도 갑자기 엄마에게 와서 안아달라고 강아지처럼 기다리면 엄마가 가슴이 터지도록 한참 안아줍니다. 엄마는 10살이 된 지금도 아이 발바닥에 코가 찌그러지도록 냄새를 맡으며 ‘아직도 강아지 냄새가 난다’며… 그모습을 보며 매일 평범한 일상에 행복했습니다.”

아이는 엄마에게 “이제 학원차 기다려. 사랑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사먹었어. 사랑해” 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 고백을 했다고 한다.

유난히 속도 깊었다. 아빠는 “밖에 나갈 때면 언니에게 엄마를 양보하기 위해 항상 엄마 손이 아닌 제 손을 잡고 다닌다”며 “3학년이 되어 언니와 함께 2층 침대에서 자라고 했더니 엄마 내복을 가져와 ‘엄마 살냄새를 묻힌다’고 엄마 팔에 막 비비고는 저한테도 와서 비볐다. 혹시 제가 속상해할까봐. 그 내복을 인형에 싸서 안고 혼자 잤다”고 전했다.

아빠는 아이가 끝내 하지 못한 일들이 계속 마음에 밟혔다. “사고 다음날이 우리 강아지 1품 태권도 심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빈소에 관장님이 도복과 품띠를 가져와서 많이도 울었습니다.”

그는 “다음달(5월)이 우리 막내 생일이어서 미리 생일 선물을 준비해서 회사에 보관했는데, 이제 전해줄 수가 없다”고 했다. 또 “‘엄마, 난 왜 이리 키가 안 클까’(아이가 고민했는데) 성장판 검사를 해보니 언니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해 다행이라고 했는데, 크지 못하고 하늘로 떠났다”고 적었다.

아빠가 올린 글에 네티즌들은 “마음 아파 다 읽지도 못하겠다”, “4살 된 딸 보는 낙으로 사는 아빠인데 슬픔의 크기가 가늠이 안된다”, “사랑스러운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족분들도 마음 위로가 되시길 바란다”며 위로를 건넸다.

다음은 아빠가 커뮤니티에 올린 글 전문.

부산 영도구 청학동 A양 아빠입니다.
스쿨존 사고를 보면서 뉴스에 나오는 다른 사람의 일로만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우리 가족에게도 생길수가 있구나.. 지금도 실감이 나지가 않습니다. 사고 희생자로 A양이라 불리는 우리 아이에 대해 기억하고 싶어 이 글을 적습니다. - 당연하지만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 아이입니다. 학교에서 마칠때 엄마에게 카톡으로 이제 학원차 기다려 "사랑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사먹었어 "사랑해~" 사랑고백이 하루에도 몇번씩 이어지는 - 공부하다가.. 테블릿으로 유튜브 보다가도 갑자기 엄마에게 와서 안아달라고 강아지처럼 기다리면 아이엄마가 가슴이 터지도록 한참 안아줍니다. 그 모습을 보며 매일 평범한 일상에 행복했습니다. - 아이엄마가 10살이 된 지금도 아이발바닥에 코가 찌그러지도록 냄새를 맡으며 아직도 강아지 냄새가 난다며.. 그런 모습 보며 행복했습니다. - 6살에 문화센터에 발레를 배운다고 다녔는데, 발찢기를 하기 위해 다른 친구 어깨를 누르는데, 친구의 아"아"하는 소리에 친구아프게 하는거 싫다며 많이 울고 결국 발레수업을 중단했습니다. - 다음달이 우리 막내 생일이어서 미리 생일 선물을 준비해서 회사에 보관했는데, 이제 전해줄수가 없습니다. - 일주일 용돈이 정말 적은데, 쓰지 않고 모으고 모아 그 돈 어디쓸려고 모으는데? "엄마아빠 생일선물 사줄꺼야~~~" - 만8세밖에 안된게 건조기에서 말린 수건을 가득 꺼내 놓으면 쇼파에 앉아 3단으로 예쁘게 개어놓습니다. 엄마에게 종알종알 하루 일과.. 친구 얘기 하면서.. 엄마 귀를 쉬지 않게 해줍니다. - 밖에 나갈때면 엄마 손이 아닌 제 손을 잡습니다. 항상.. 이유는 엄마를 언니에게 양보하기 위해섭니다. 집에서는 항상 엄마에게 붙어있으니 언니를 위해 나갈때면 제 손을 잡고 다닙니다..... - 사고 다음날이 우리 강아지.. 1품 태권도 심사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빈소에 관장님이 도복과 품띠를 가져와서 많이도 울었습니다. -내일이 사랑했던 우리 장모님기일인데, 그 장모님과 같은 묘에 묻혔습니다.. 이 사람이 막내 낳기도 전에 돌아가셨으니 하늘나라에서 서로 만났으면 ... - 아빠,엄마,언니가 부르면 "으응~아빠 왜~" "으응~엄마 왜", "으응~언니 왜~" 글로는 담아낼수 없는 사랑이 담긴 살가운 대답.. 늘 한번만 부르면 그렇게 예쁘게 대답하고 달려옵니다. -아기때부터 엄마와 함께 자다가 3학년도 되었으니 언니와 함께 2층침대에서 아래층윗층 자라고 했습니다. 엄마 내복 하나 가져오더니 엄마 팔에 막 비빕니다. 살냄새 묻힌다고... 흐뭇하고 행복해서 웃고 있습니다. 그럼 제 얼굴 보곤 저한테도 와서 비빕니다... 제가 혹시 속상해할까봐 그러는 겁니다.. 엄마 살냄새만 있어도 되는데... 그 내복을 인형에 싸서 안고 혼자 잡니다. - 자기 전 사랑고백을 하트 세개 크기를 달리 하며 여러차례 제게 합니다. 안아줄때 양손으로 아이 엉덩이를 꽉 잡으면 ... 제 손이 엉덩이하나씩만큼입니다. 3학년치곤 작습니다.. - "엄마. 난 왜이리 키가 안 클까? 다행입니다. 성장판 검사를 해보니 언니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군요.. 언니도 작은 키라.. 근데 크지 못하고 하늘로 떠났습니다.. - 사고 당일 모르는 작은 아이와 손을 잡고 등교하더군요. 우리 아이답게 다른 사람 챙기는걸 너무 좋아합니다.. 저는 모르지만 기사 보니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같은 학교 동생이라더군요.. 다행히 그 아이는 경상이라 다행입니다.. - 일부 기사에서 적재물이 안전팬스를 치고 그 팬스에 맞아 사고 났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제가 영상을 확인하니 적재물에 우리 아이가 집어삼켜서 전혀 보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심폐소생술이 소용없는 장기파열로 사망했습니다. -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걱정하고 본인의 몸이 좀 힘들어도 다른 사람이 기뻐한다면 자기 희생을 하는 아이라 그게 본인을 힘들게 할까 늘 걱정했습니다.. - 손에 작은 가시가 박혀 있어서 우는데, 아빠가 금방 빼주께.. 아빠 이런거 너무 잘해.. 바늘로 가시 긁어 내기 전에 이미 눈물바다... 그런 아이가 얼마나 아팠을까요..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이.. 글로 담을때와 또다르네요.. -우리 막내 강아지가.. 손톱을 제가 잘라주는걸 좋아합니다. 손톱이 아주 작은데도 경쾌하게 잘 잘려나가기도 하고 잘라줄때면 우리 강아지 손을 잡고 있을수 있으니까요.. 두서없이 글을 작성했습니다. 수정될 수도 있고.. 너무 예쁜 사진과 동영상도 추억하고 싶지만, 지금은 글만 올리겠습니다. 우리 강아지가 없으니... 집이 너무 조용하고.. 적막하고... 냉장고 소리만 들리네요...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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