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최근 잇단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해 1일 징계절차를 시작했다. 최종 징계수위는 8일 확정될 전망이다. 당 지도부인 두 최고위원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대단히 죄송스럽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 안 된다"며 고개를 숙였다.
황정근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첫 회의를 마친 "징계 신고서와 윤리위가 직권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한 것을 종합해서 (판단)했다"면서 "윤리위 결정은 국민의힘이 국민 지지와 신뢰를 받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김 최고위원의 징계 개시 사유는 ①"5·18정신 헌법 수록을 반대한다. 표를 얻으려면 조상묘도 파는 게 정치인" ②"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 ③"제주 4·3기념일은 급이 낮다" 발언 등 3가지다. 태 최고위원은 ①"'쓰레기(Junk) 돈(Money) 성(Sex)' 민주당" 페이스북 글 ②"제주 4·3사건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 발언으로 징계 대상이 됐다. 윤리위는 해당 발언들이 당 윤리규정 제20조가 정한 징계 사유와 윤리규칙 제4조(품위 유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윤리위는 오는 8일 2차 회의에서 두 최고위원을 불러 소명을 듣는다. 징계 여부와 최종 수위도 이날 바로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위원인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결정을 바로 월요일(8일)에 할지, 아니면 한번 더 기회를 줄지는 좀 더 논의해봐야 한다"면서도 "징계 결정을 신속하게 할 필요성에 대해선 위원들이 충분히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여권 인사들이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대거 광주를 찾을 예정인 만큼, 서둘러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의지로 보인다.
당사자인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은 고개를 숙였다. 설화 논란으로 지난달 4일 공개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김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우리당 지지자,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스럽고 송구하다"면서 "(5·18, 4·3 유족들에게) 진심이 전달될 수 있도록 앞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고위원회의 복귀에 대해서는 "4월 한 달 자숙, 제주·광주를 찾아 사과해 달라는 지시를 받고 충실히 이행했다"며 "그 기간이 끝났기에 당연히 출석해야 했다"고 밝혔다. 다만 '자진 사퇴 의향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태 최고위원은 MBC라디오에 나와 '제주 4·3은 김일성 일가의 지시' 발언과 관련 "당연히 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윤리위의 징계 개시 사유에 해당함에도 역사 인식 문제만큼은 소신을 굽히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는 "국회의원은 그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면 안 된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