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많이 쪼그라든 세금 수입에 정부가 당황한 기색이다. 장기 수출 불황 여파가 크게 미친 법인세는 이미 정부가 손쓰기 힘들 정도로 ‘펑크(연간 목표치 미달)’가 유력해졌다. 그래도 아예 믿을 구석이 없는 상태는 아직 아니다. 물가가 잡혀 돈이 풀릴 여지가 생길 경우 거대 세금 원천인 자산시장이 일단 활기를 찾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말 공개된 올해 1분기 세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조 원 적은 87조1,000억 원이다. 올해 세수 목표치 400조5,000억 원의 21.7%에 해당한다. 최근 5년 실적을 감안할 때 이맘때쯤이면 목표치의 26% 정도는 걷혔어야 했다. 이례적으로 느린 징수 속도다.
문제는 세수 결손 가능성이다. 이러다가 애초 세입 예산안 규모에 실제 걷은 세금액이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면 세출 계획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중순 국회 출석 때 인정한 대로 여건은 녹록하지 않다. 작년 결산액(395조9,000억 원)보다 올해 세수 목표치가 4조6,000억 원 많기 때문에, 4월부터 연말까지 세수가 작년과 똑같다고 가정하면 연말 세수 오차(28조6,000억 원)는 30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 된다.
가장 메우기 곤란한 구멍은 법인세다. 3월까지 24조3,000억 원이 걷혔는데, 작년보다 6조8,000억 원 적다. 3월 법인세에는 전년 하반기 기업 소득이 반영된다. 작년 4분기 한국 기업 수출액은 미국발 고강도 통화긴축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아 전년 대비 10%나 빠졌다. 법인세 분납이 지속되는 5월까지는 실적 부진 영향권이다.
8월에 납부되는 법인세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로 작년 여름부터 세 분기째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 수출 부진 탓에 국내 주요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의 반토막이 된 데다, 2분기 전망도 어둡다. 올 하반기 법인세 기반이 되는 상반기 기업 실적이 반등하기 어려우리라는 뜻이다. 올 예상 법인세수 105조 원 도달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것은 기재부도 인정하는 바다.
그렇다고 비관만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정부 인식이다. 무엇보다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이는 자산시장에 희망을 걸고 있다. 우선 두드러지는 것은 증시다. 코스닥시장 중심으로 1분기 거래대금이 크게 늘었고, 올 두 달간 1년 전보다 8,000억 원 줄었던 증권거래세 수입이 3월 들어 전년과 비슷해졌다. 부동산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규제 완화가 주효하며, 얼어붙었던 아파트 매매 시장이 수도권을 뺀 광역시부터 녹고 있다는 게 한국부동산원 파악이다. 매수 심리 부활은 양도소득세수로 연결된다.
세수 추락 제동의 최대 관건은 물가다. 자산시장 냉각과 투자ㆍ매수 심리 위축의 핵심 요인은 고금리다. 시중에 유동성이 마르다 보니 종류를 막론한 자산 가격이 줄줄이 떨어지고 사고팔 마음도 사라진다. 그런데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목적은 물가 하락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용도의 자금이 물가를 지나치게 끌어올렸다.
당장 2일 발표되는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부 예측대로 3%대로 내려갔을 경우 오랫동안 긴축 일변도였던 통화 정책 방향이 바뀌고 정부의 경기 부양 착수 시점이 앞당겨질 여지가 생긴다. 전체 세수의 80%인 3대 세목(소득세ㆍ법인세ㆍ부가가치세) 수입을 두루 늘릴 수 있는 사건은 경기 회복뿐이고, 이를 위한 급선무는 물가 안정이라는 게 정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