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정부의 전세사기 방지 대책에 따라 전세보증금 반환보험 가입 문턱이 높아진다. 전셋값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가입이 가능해지면서 집주인은 그만큼 전셋값을 낮춰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들은 정부에 대안 마련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전국임대인연합회는 30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월부터 시행될 전세보증금 기준 강화 대책은 오히려 전세사기를 가속화한다"며 대책 철회를 주장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1일부터 전세보증이 가능한 주택의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을 종전 100%에서 90% 이하로 하향한다고 최근 고지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무자본 갭투자를 막기 위한 조치로 2월 정부 전세사기 방지 대책에 포함됐다.
집주인들은 비상이 걸렸다. 전세사기 우려로 수요 자체가 급감한 데다 보증보험 가입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금을 못 돌려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설상가상 이달 확정된 올해 공시가마저 역대급 하락을 기록해 전세보증 가입 상한이 함께 내려가게 됐다.
특히 빌라 임대사업자는 어려움이 크다. 연립, 다세대주택은 전세가율을 따질 때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는 공시가의 140%를 사용한다. 여기에 전세가율 90%를 적용하면 결국 전셋값이 '공시가x126% 이하'여야만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해진 셈이다. 임대사업자는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사항이라 해당 금액 이하로만 세입자를 구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현재 기존 세입자가 전세보증금 4억 원에 살고 있는 A빌라는 지난해 공시가가 2억7,200만 원으로 현 전세보증 가입 기준(공시가X140%)에 따라 3억8,000만 원에 매물로 나와 있지만, 올해 공시가가 확정되고 새 보증제도가 시행되는 1일부터는 해당 금액으로는 보험 가입이 안 된다. 이 빌라의 올해 공시가는 2억4,500만 원으로 전셋값을 3억870만 원 선(공시가X126%)까지 내려야 한다.
연합회 측은 "서울 강서구 기준 한 채당 최소 3,000만 원부터 최대 1억 원에 이르는 현금을 임대인이 마련해야 한다"며 "작년 10월부터 조장된 전세 공포증으로 임대업을 정상적으로 영위하는 선량한 임대인들조차 파산을 염두에 둘 정도로 심각하고, 전세를 구하는 사람은 없는데 살던 임차인마저 서로 자기 방부터 빼달라고 아우성"이라고 토로했다. 한 임대인은 "사기꾼으로 매도되고 있지만, 대출은 규제에 막혀 안 되니 임차인을 보호하고 싶어도 보호할 여력이 없다"고 한탄했다.
연합회는 이날 정부에 '임대차 3법(주택임대차보호법)' 폐지와 함께 △전세가율 90% 하향 대책 철회 △보증금 반환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