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주식시장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차액결제거래(CFD). CFD는 장외파생상품의 일종으로, 주식 등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을 이용한 차익이 목적인 투자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외국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의 CFD 계좌에서 발생한 반대매매가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켰다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습니다.
CFD라는 단어가 생소하고 그간 주목을 받지 않았던 건 일부 부자만 투자하던 '그들만의 리그'여서입니다. CFD가 무엇이고, 왜 주가 폭락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지 찬찬히 풀어보겠습니다.
CFD는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를 두고 벌이는 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주식 투자와 달리, '주가 차액'에 투자하기 때문이죠. 예컨대 주당 100원인 A사 주식이 오르리라 기대하고 CFD 투자(매수)를 했는데, 실제 110원으로 올랐다면 투자자는 10원의 수익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평범한 주식 투자와 다를 바가 없죠. 하지만 CFD는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레버리지 투자는 쉽게 말해 '증권사에 빚내서 투자'입니다. 물론 증권사는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보증', 즉 증거금을 요구합니다. 현재 CFD의 증거금률은 최소 40%입니다. A사 주식 한 주에 CFD 투자를 하고 싶다면, 40원만 있어도 된다는 겁니다. 나머지 60원은 증권사에서 빌리는 구조입니다.
빚내서 하는 투자니 위험도 또한 높습니다. 만일 증거금 40원으로 CFD 투자를 했던 A주식의 주가가 어느 날 60원으로 급락했다고 가정합시다. 주식을 팔아 증권사에 진 빚(60원)을 갚으면, 내 돈은 한 푼도 남지 않습니다. 즉, 주가가 마이너스(-)40%가 되면, CFD는 -100%가 되는 겁니다. 만일 주가가 더 떨어져서 30원이 됐다면? 그때는 투자자가 오히려 증권사에 30원의 빚(-175%)을 지게 됩니다.
주가 폭락 시 CFD 투자자에겐 '지옥'이 펼쳐집니다. 증권사가 고객 동의 없이 주식을 팔아 치우는 '강제 반대매매'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A사 주식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면? 주식이 팔릴 때까지 주가는 더욱더 떨어지고, CFD 투자자의 빚은 한도 없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게 금융권에서 생각하는 최근 '무더기 하한가'의 이유입니다.
이번 사태의 특징은 부유층이 대거 연루됐다는 점입니다. CFD는 '전문투자자'만 투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투자자 자격을 얻으려면 일단 증권 등 금융투자상품의 잔고가 5,000만 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①연소득 1억 원 이상 ②순자산(부동산 제외) 5억 원 이상 ③금융투자전문자격증 보유 중 하나 이상을 만족해야 합니다. 평범한 개미는 접근조차 불가능했던 상품인 것이죠.
사건의 핵심은 '누가 돈을 벌었냐'입니다. 여기엔 폭락 직전에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긴 사람도 있겠지만, 주가 하락에 베팅해 큰돈을 번 CFD 투자자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CFD는 매도진입, 즉 공매도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웠다면, 그 반대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금융당국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하고 있습니다. 매매 분석 등을 통해 공매도 세력 연루 가능성, 대주주 사전 인지 여부 등을 전방위로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다만, 이번 주가 조작은 수 년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의심받는데 금융위원회의 본격 수사는 최근에서야 이뤄져 '늑장 대응'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