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재명계 3선 박광온(66·경기 수원정) 의원이 28일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따른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다 강경파·친이재명계 일변도로 구성된 지도부로는 내년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원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박 신임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통합과 변화를 강조하며 당 쇄신안 마련을 위한 '밤샘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 선거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해 범이재명계 후보인 박범계, 홍익표, 김두관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민주당 의원 169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후보별 득표 수는 후보 간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담대한 변화와 견고한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도록 하겠다"며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쇄신하겠다는 의원들의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MBC 기자 출신인 박 원내대표는 대표적인 친문재인·친이낙연계 인사이다. 2015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고, 2020년 이낙연 대표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맡았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 공보단장을 맡는 등 이 대표와 인연도 있다. 이에 계파색이 강하지 않으며 친화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일한 비명계 후보의 낙승을 두고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컸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명계 지도부와 강경파 의원들이 각종 현안에 대해 강성 지지층에만 호응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이재명 대표 체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에 침묵하던 다수 의원들이 지도부 견제와 당내 분열을 막기 위해 박 원내대표에게 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돈 봉투 사건 등으로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비명계 원내대표가 나와야 분열을 막을 수 있다는 의원들의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박 원내대표에게 계파 간 가교 역할을 기대했다는 뜻이다. 이밖에 △비명계 의원들의 공천 불이익 우려 △박 원내대표가 지난해 선거에서 2위로 석패한 점 △말실수 없는 차분한 스타일 등이 박 원내대표의 승인으로 꼽힌다.
친명계는 특정 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하지는 않았지만 비명계 압승으로 끝난 결과에 다소 놀란 기색이다. 한 수도권 친명계 의원은 “1차 투표에서 결론이 날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재명 대표가 물을 먹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 대표에게 부족한 부분을 박 원내대표가 채워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 앞에는 돈 봉투 의혹과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등으로 위기에 빠진 당을 추슬러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그는 수락연설에서도 돈 봉투 의혹 수습과 관련해 "의원총회를 최대한 빨리 열어 밤을 새워서라도 의원 한 분 한 분의 의견을 듣고 조정해 총의를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여당을 향해서는 "지금이라도 국정 운영의 중심을 사람 중심으로 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전날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50억 클럽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본보 인터뷰에서 최우선 정책 과제와 관련해선 "제빵공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극단 선택으로 몰린 전세사기 피해자 등 사회적 재난으로 인한 죽음을 막는 법안을 강화하겠다"며 국회 다수당 원내사령탑으로서 '민생 입법'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