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수출 불황 여파로 올봄 법인세 수입이 확 쪼그라들 것이라는 비관이 현실로 드러났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부른 소득세수 위축과 맞물리며 올 들어 석 달 만에 예상 세수 대비 결손 규모가 3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 1~3월 세수는 87조1,000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4조 원 줄었다. 3월 기준 역대 최대폭 감소다. 2월까지 15조7,000억 원이던 감소폭이 3월 들어 8조3,000억 원 더 커졌다.
세금 거두는 속도도 아주 느리다. 올 세입 예산(400조5,000억 원) 대비 3월 기준 진도율이 21.7%인데, 작년(28.1%)뿐 아니라 최근 5년 평균(26.4%) 3월 진도율을 크게 밑돈다.
3월 세수 감소폭 확대는 예견된 일이다. 12월 결산 법인의 법인세 납부 기한이 3월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이 작년 4분기 이후 급격히 심해지며 2022년 기업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기업 소득이 줄면 법인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작년 10~12월 수출액(1,590억 달러)은 2021년 같은 기간(1,767억 달러)보다 10%나 축소됐고, 이는 올 1분기(-6조8,000억 원), 특히 3월(-6조1,000억 원) 법인세수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
1분기 전체로 보면 세수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세목은 소득세다. 3월까지 7조1,000억 원 줄었다. 1월 주택 매매량이 1년 전보다 38.2%나 빠지는 등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는 바람에 특히 양도소득세가 작년에 비해 훨씬 덜 걷혔다. 최근 주식 시장 호조로 작년 수준을 회복 중이기는 하지만, 3월까지 증권거래세 수입(1조2,000억 원)도 작년(2조 원)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자산 시장 냉각은 코로나19 회복기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금리 인상이 부른 현상이다.
경기 영향을 받은 부가가치세의 경우 3월까지 작년보다 5조6,000억 원 줄었고, 유가 부담 경감 목적의 유류세 인하로 손해 본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 수입은 6,000억 원 규모다.
다만 실질 세수 감소분은 명목상 수치보다 적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코로나19 대유행기인 2021년 하반기 세정 지원(납부 유예) 때문에 당시 들어왔어야 할 세금 상당액이 작년 초에야 들어왔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올해 세수가 작아 보이는 착시 효과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저효과에 따른 세수 감소분이 △종합소득세 2조3,000억 원 △법인세 1조6,000억 원 △부가가치세 3조4,000억 원 등 모두 9조7,000억 원에 이르고, 이를 뺄 경우 3월까지 작년보다 실제 줄어든 세수는 14조3,0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올해 말까지 세금을 얼마나 걷을 수 있느냐다. 올 세입 예산은 작년 결산 실적(395조9,000억 원)보다 4조6,000억 원이나 많다. 작년 8월 예산안 편성 때 올 세수 여건을 낙관하고 목표치를 늘려 잡았기 때문이다. 작년보다 세수가 24조 원 적다는 얘기는 올 예상 세수에는 28조6,000억 원이나 모자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정부는 세수 전망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법인세 분납이 4, 5월 세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르면 5월부터 세수가 정상화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