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건강한 대한민국

입력
2023.05.0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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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5월, 소파 방정환 선생과 어린이 운동가들은 '희망을 살리자, 내일을 살리자'라는 표어로 우리나라 첫 어린이날 행사를 열며 어린이날을 선포했다. 어린이가 미래의 희망임을 강조하며 '어린이 선언'을 발표하고 어른과 아이들을 향한 당부의 내용이 담긴 전단을 집집마다 배포했다. '어린이 선언'에 명시된 "어린이에게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의 내용은 당시에도 아동의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음을 알 수 있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중요하고 거듭 강조해야 할 것은 바로 아동의 건강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건강할까?

통계청의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의 영양결핍률은 2019~2020년 1~9세는 3.4%에서 6.5%로, 10~18세는 16.7%에서 23.4%로 각각 증가했고, 비만율은 2019년 15.1%에서 2021년 19.0%로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요즘 한국 아이들이 필요한 것을 적게 먹고 불필요한 것을 많이 먹고 있으며, 이전보다 덜 움직이고 더 무거워졌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부 활동보다 가정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영양불균형과 비만 문제가 심화했고, 신체 건강이 악화했다. 굿네이버스의 '2021년 코로나19와 아동의 삶' 연구에서도 아동의 행복 정도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년 7.7점에서 코로나19 발생 이후인 2021년 6.1점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 바이러스 증가로 인한 사회적 고립은 아동의 마음 건강을 어렵게 한다. 더욱이 지난 3월, 기상청에서 발표한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뭄 일수는 227.3일로 1974년 이후 가장 길었으며, 우리나라에 불어 닥친 태풍 또한 5개로 평년 대비 47% 증가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지구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기후변화로 인해 건강상 많은 피해를 경험하는데 특히 아동이 겪는 신체·마음 건강의 피해는 어른들의 경험보다 훨씬 크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4조에는 '아동은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우리 사회도 모든 아동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동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은 마땅히 보장해주어야 하는 아동권리임을 사회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아동의 신체 건강 실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아동이 언제 어디서나 신체활동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신체활동 활성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아동 비만과 영양결핍에 대한 예방, 관리를 위한 정책 지원 강화도 필요하다. 아동이 충분히 쉴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 주는 동시에 쉬고 놀 수 있는 공간을 넉넉하게 확보해줘야 한다. 신체 건강만큼이나 중요한 마음 건강에 대한 치료와 적극적인 예방, 관심도 필요하다. 오는 101회 어린이날을 맞아 아동의 건강할 권리를 적극 보장하여 아동이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김웅철 굿네이버스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