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 쉬운 봄철 식중독, 지사제 먹고 굶어라? "NO, 고기 먹어야"

입력
2023.04.29 15:00
2, 3일 지나면 설사해도 식사해야
장 꽉 차야 장기 에너지 얻어 회복 빨라
지사제는 참아야… 설사로 균 배출해야

편집자주

즐겁게 먹고 건강한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그만큼 음식과 약품은 삶과 뗄 수 없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도 많습니다. 소소하지만 알아야 할 식약 정보, 여기서 확인하세요.

'식중독에 걸리면 완전히 나을 때까지 무조건 굶어야 한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식중독에 걸릴 위험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요. 보통 식중독은 한여름보다 봄철이 위험하다고 합니다. 여름이 되면 음식이 상하기 쉬워 누구나 각별히 조심하지만, 4, 5월에는 '이 정도 날씨면 괜찮겠지'란 생각에 경각심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건강은 언제나 방심할 때 가장 위험하니까요.

식중독이란 우리 몸에 해로운 균, 또는 유독물질이 있는 음식을 먹어 발생합니다. 장염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복어나 모시조개 등에 있는 독물성 독소, 버섯이나 감자 등에 있는 식물성 독소, 화학물질에 의한 화학성 독소,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뿜는 독소가 식중독을 일으킵니다.

식중독은 복통이 일반적인 증상인데, 음식을 잘못 먹어 복통이 났다고 해서 모두 식중독은 아닙니다. 과민성 대장으로 인한 복통은 배변 후 조금 편해지지만, 식중독으로 인한 복통은 오래가고 고열까지 동반합니다. 구토나 설사도 식중독 증상인데요. 구토나 설사는 우리 몸이 병원균 독소를 밖으로 빠르게 배출하려는 방어 기능 때문에 하게 됩니다. 독소가 소화관 위쪽에 있으면 구토로, 아래쪽에 있으면 설사를 통해 내보내는 거죠.

4, 5월은 야외 나들이가 많아지기에 조심해야 합니다. 나들이를 갈 때 맛있는 음식을 잔뜩 싸서 가는데 이동하는 시간 상온에 방치하다 보니 음식이 빨리 상하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아무렇지 않게 먹었는데 나중에 식중독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으시죠? 이런 방심이 식중독을 불러오는 거죠.

장 점막 에너지원이 탄수화물

혹여 식중독에 걸리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몸을 가장 빨리 회복시키는 방법은 무엇인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건 없는지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자세히 물어봤습니다.

우선 식중독에 걸렸거나 배탈이 심하게 나면 며칠간 '식사는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박 교수는 "너무 옛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2, 3일 정도 지나 몸이 조금씩 회복되면 집밥을 먹는 게 좋다고 합니다. 그래야 장운동이 활발해져 몸에 들어온 균과 독소를 빼내 회복 속도가 빨라진다고 합니다.

이는 '장'이란 장기의 특성을 이해해야 합니다. 장은 늘 긴장 상태여야 하는 장기입니다. 장 속이 꽉 차 있어야 한다는 얘기인데요. 장은 뇌와 연결된 신호 기능을 하기에 장이 활발해야 뇌에 각성이 잘 됩니다. 우리 몸속 모든 장기를 작동시키는 게 바로 장입니다. 위에서 설명했듯 장 속이 차야 장기들이 운동할 열량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이 안 좋으면 전반적으로 몸이 처지고 다른 곳도 아프기 시작합니다. 박 교수는 "음식 등으로 장의 점막이 뚫리거나 염증이 생기면 음식의 에너지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장이 비게 되고, 장이 비면 장기 전체의 긴장도가 떨어진다"며 "그러면 호흡기 등 감염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 흔들리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심한 설사를 계속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장을 채워주기 위해 식사를 해야 합니다. 설사가 완전히 멈추지 않아도 식사를 계속 거르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설사할 땐 그만큼 음식을 흡수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어차피 밥 먹어서 뭐하나'라고 여기기 쉬운데요. 그런데 오히려 이게 악순환을 부릅니다. 흡수하는 능력이 계속 떨어지고 장이 그만큼 못 움직이니 다른 장기도 일을 못 하게 되죠. 더욱이 장 점막의 에너지원은 탄수화물입니다. 탄수화물에는 당이 있으니 장 회복에 더욱 필요한 영양분이죠.

10대 남학생 아파도 잘 먹어야… 엄청난 열량 필요

20~50대 젊은 사람들보다 10대와 어르신들이 더 잘 챙겨 먹어야 합니다. 특히 10대 남성은 가급적 빨리 식사해 주는 게 좋은데요. 한창 많은 에너지를 쓸 나이이기 때문이죠. 다른 연령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원하기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안 넣어주면 더 크게 아픕니다. 어르신들도 10대 못지않게 음식을 더 먹어야 하는데요. 10대만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 않지만, 음식을 통해 에너지를 제때 안 넣어주면 다른 연령대보다 증상이 나빠지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먹는 게 좋을까요. 소화기관에 부담을 주는 맵고 짠 음식, 치킨처럼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은 피하는 게 좋겠죠. 위에서 얘기했듯 탄수화물, 즉 쌀밥을 먹는 게 좋고요. 박 교수는 의외로 '고기'를 먹어주는 게 좋다고 합니다. 우리가 보통 고기는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박 교수는 이에 "육류가 들어가면 장이 이를 꽉 잡고 있기에 가득 차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액상이나 당, 탄수화물은 상대적으로 소화가 잘 되니 빠르게 내려가지만, 고기는 그렇지 않은데요. 오히려 이게 도움을 준다는 설명입니다. 단백질이 내려가는 속도가 더디다 보니 포만감을 주고 이로 인해 장의 긴장도가 계속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식중독에 걸렸다고 해도 고기, 즉 단백질을 몸에 넣어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삼계탕 추천… 육류 부담되면 고깃국물이라도

하지만 그래도 '아직 설사가 완전히 멈추지 않았는데 고기를 먹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박 교수는 이런 분들을 위해 "삼계탕 국물이라도 먹으면 좋다"고 귀띔해 줬습니다. 다른 고깃국물에 비해 기름이 적고, 육류를 넣고 끓여 국물에도 단백질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죠.

식중독에 걸렸을 때 또 하나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지사제인데요. 설사하니 지사제를 먹어 멈추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옳은 방법이 아닙니다. 초반에 설명했듯 식중독에 걸리면 우리 몸은 체내의 균과 독소를 설사로 배출하려고 합니다. 지사제는 인위적으로 장이 운동을 덜 하게 하는 약인 만큼, 오히려 설사를 통한 배출을 방해합니다. 설사 횟수가 너무 많고, 정도가 심해 혈압에 변화를 줄 정도로 심각하다면 지사제로 긴급 처방해야겠지만, 상태가 호전되면서 설사를 계속한다면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