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보충제가 균형 잡힌 식사를 대체할 순 없어

입력
2023.05.01 17:40
20면
[알기 쉬운 식품ㆍ의약품 이야기] 이혜영 식품의약품안전처 영양기능연구과장

연료가 가득 찬 자동차도 윤활유가 없으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비타민은 우리 몸에서 혈액 생성·대사, 신경 발달, 근육·뼈 형성 유지, 생리 대사 조절 등 생명 활동에 꼭 필요한 윤활유 같은 존재다. 하루 필요한 양은 마이크로그램(㎍) 또는 밀리그램(㎎) 단위의 극소량이다. 하지만 조금만 부족해도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고 인체 내에서 생성되지 않아 반드시 식품으로 섭취해야 한다.

인류 역사상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괴혈병의 원인이 식품 속 비타민C 부족 때문이라고 밝혀진 것도 20세기에 들어서다. 15세기 탐험의 시대에 대양을 횡단하다가 배가 침몰해 죽는 것보다 괴혈병으로 죽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때만 해도 병의 원인이 비위생적 환경이나 세균 때문으로만 생각했다. 식품 속 어떤 성분이 부족해서 질병이 생긴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비타민(Vitamin) 명칭은 1911년 쌀겨에서 각기병 치료 물질을 분리해 내면서 생명(Vital)에 없어서는 안 되는 아민(Amine)이라고 명명한 것에서 유래됐다. 그 후 비타민A를 시작으로 발견 순서에 따라 비타민 C, D, E 등으로 이름 붙여졌다. 비타민 13종이 규명되기까지 노벨상 수상자가 17명이나 될 정도로 비타민 발견은 노벨상 역사에서 가장 좋은 연구 주제였다.

비타민 A, D, E, K같이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 비타민은 하루 필요량 이상 섭취하면 간ㆍ지방 조직에 쌓여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비타민C 등 물에 잘 녹는 수용성 비타민은 소변으로 배설되므로 적정량을 섭취하는 게 좋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누구나 쉽게 영양소 함량 정보를 활용해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식품 영양 성분 데이터베이스(www.foodsafetykorea.go.kr>fcdb)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성장기 청소년, 임신‧수유부 등 비타민의 충분한 섭취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한편 식품에는 비타민 외에도 우리 몸에 필수적인 다른 영양소들이 함유돼 있으므로 비타민 보충제 섭취가 균형 잡힌 식사를 대체할 수는 없다. 신선한 채소·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기르는 것이 우리 건강에 더 중요하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