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독재 청산에도 군벌대립과 내전으로 멀어진 수단 민주화

입력
2023.05.01 19:00
25면

편집자주

아프리카 대륙은 55개 국가를 포괄하고 있다. 칼럼을 통해 아프리카가 얼마나 다양한지 소개하려 한다.


IS 세력확대, 잇따른 내전의 아프리카
민군 협력으로 독재자 몰아낸 수단
외세와 내전으로 요원한 경제회복

지난달 25일 우리 국민 28명이 정부의 '프라미스' 작전을 통해 내전이 격화한 동아프리카 수단에서 탈출해 한국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러한 성공은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우방국과 협조한 우리 정부의 외교력과 현지 공관, 탈출 교민의 합심에서 비롯됐다. 한국 대사관이 있는 수단 수도 하르툼은 총성이 끊이지 않고 단수·단전으로 현지 주민조차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우리 국민은 안전하게 탈출했지만, 수단에는 아직도 다수의 외국인들과 현지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앞으로 수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아프리카 대륙은 국가 간 전쟁은 매우 드물지만,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확장함에 따라 이들과 전투를 벌이는 국가들이 사헬지역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 내전을 겪는 국가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재 수단에는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이 이끄는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장군(헤메티로 더 잘 알려짐)이 이끄는 신속지원군(RSF) 사이의 전투가 주요 군사 요충지 중심으로 격화되고 있다. 신속지원군은 잔자위드(Janjaweed)라는 민병대를 중심으로 다수 민병대가 결집한 준군사조직이다. 잔자위드는 2000년대 초 수단 서쪽 다르푸르 지역에서 벌어진 내전에서 수십만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던 것으로 악명이 높다. 신속지원군 수장인 헤메티는 불법 광산에서 채굴한 금을 수출하여 막대한 부를 축적했으며 전투 경험이 있는 수만 명의 병력을 지휘하고 있다.

2019년 쿠데타로 그 이전 30년 수단을 통치했던 오마르 알 바시르를 축출한 군사정권은 부르한 장군을 대통령으로, 그의 경쟁자인 헤메티 장군은 부통령으로 임명했다. 이미 현지 외교관과 수단 전문가들은 바시르 정권이 몰락한 후 민간 정부로의 전환 노력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에서 두 세력의 충돌 사태를 경고해 왔다.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획득했지만, 군사정권은 매주 민간정부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시위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었다. 민주화를 열망해 온 수단인들은 서방국가들이 수단 내 임박한 위험 상황을 감지하지 못하고 유엔 중재에 따른 군사정권의 민정 전환 합의를 낙관하는 바람에 무력 충돌 사태를 초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2019년 시민 봉기 이후 군사정권과 민간인, 그리고 두 군벌 사이에 벌어진 긴장의 중심 원인은 군대에 대한 감독과 신속지원군의 정규군 통합에 대한 민간인 요구였다. 시민들은 농업 및 무역, 기타 산업 분야에서 수익성이 좋은 군 자산의 민간 이양도 요구하고 있다. 특히 2019년 6월 군이 연루된 민주화 시위대 살해 사건과 2021년 쿠데타 이후 시위에서 보안군에 의해 사망한 최소 125명에 대한 진실 규명을 요구해 왔다.

이러한 수단 내부의 긴장과 갈등 상황에 더해 그 전략적 위치와 비옥한 토지, 막대한 금 매장량 등은 민간 정부로의 전환 가능성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에티오피아와 차드, 남수단을 포함한 수단의 여러 이웃 국가들은 수단의 정치적 격변과 분쟁의 영향을 받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수단의 민정 전환을 이 지역에서 IS에 대항할 기회로 기대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 영국과 함께 수단의 민정 전환 후원을 위해 조직된 '쿼드'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열강은 수단의 군지도자들이 개방성을 표명한 홍해에 러시아 기지가 건설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수단 내전의 당사자인 헤메티는 사우디, UAE와 협력하고 부르한 장군은 이집트와 연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복잡한 상황이 수단인들이 바라는 정치적 안정과 경제 회복 가능성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