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공동 주최한 국빈오찬에 참석해 한미 양국의 미래를 염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미래는 과거보다 더 찬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미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국빈오찬에서 "두려움 없는 전사(fearless fighter)인 해리스 부통령과 한미동맹의 강력한 지지자분들과 함께하고 있으니 그 어떤 도전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마음 든든하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미래를 위해 양국이 계속 협력해 나가자"고 말한 데 대한 답사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선물받은 명패 이야기도 꺼냈다. 명패에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남긴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마침 오찬 장소가 '해리 트루먼 빌딩'이라고 불리는 미국 국무부 내 '벤저민 프랭클린 국빈 연회장'이었다. 자유주의를 강화하고 외교를 중시하는 대외정책을 편 트루먼 대통령을 기리는 건물로 미국인에게도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다. 이에 윤 대통령은 "(트루먼 대통령의) 문구를 보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헌신과 책임을 가슴에 새긴다"고 말했다. 실제 윤 대통령이 참모들과 공무원들의 업무를 독려할 때, 이 문구를 자주 인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전날 있었던 한미 정상회담과 백악관 국빈만찬 이야기를 나누며 대화의 꽃을 피웠다. 윤 대통령은 "어제 한미 정상회담에서 있었던 유익한 협의를 바탕으로 한미 양국 국민에 대한 실질적 혜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동맹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고, 블링컨 국무장관은 "어젯밤 (만찬에서) 윤 대통령이 '아메리칸 파이'를 노래해 모든 사람을 웃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이 "(오늘 오찬에서도) 또 다른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공연을 이어가시라"고 말해 참석자들이 크게 웃었다. 행사에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과 재즈 가수 다이앤 리브스가 참석한 것을 가리키며, 윤 대통령에게 전날처럼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를 것을 권한 농담이라서다.
블링컨 장관은 한국계인 줄리 지윤 정 스리랑카 주재 미국 대사의 사연도 소개했다. 줄리 지윤 정 대사는 1977년 캘리포니아로 이민 왔을 때 고작 5세 소녀였다. 블링컨 장관은 "이것이 한 가족을 통해 한미를 연결하는 실이라면, 우리 국가를 하나로 묶는 우리의 관계가 얼마나 풍부하고 깊이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해 방문한 비무장지대(DMZ), 현대차의 미국 내 전기차 생산, ‘오징어 게임’, 방탄소년단(BTS), 아카데미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과의 만남 등을 언급하고 "방금 말씀드린 모든 분야에서 윤 대통령의 지도력이 우리 두 나라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다"며 "독재정치와 침략이 만연한 이 시대에 윤 대통령의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찬에 동석한 김건희 여사도 블링컨 장관과 문화·예술, 마크 로스코 작가 등에 대해 환담을 나눴다고 이 대변인이 전했다. 블링컨 장관이 마크 로스코 가족과의 인연을 언급한 데 대해 김 여사는 "전시기획자로서 활동 당시 2015년에 국립미술관의 협조로 마크로스코전을 준비했는데, 어제 국립미술관을 다시 방문해 로스코의 작품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고 답했다. 블링컨 장관의 부친인 고(故) 도널드 블링컨은 마크로스코재단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