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신기술 집약체' 새울 3, 4호기 공정률 86%… "항공기 테러도 견딘다"

입력
2023.04.30 10:00
19면
2024년 10월, 2025년 10월 각각 준공 예정
외벽 두께 137cm… 항공기 충돌 가정 설계
지진해일 대비 부지 높이고 내진 성능 강화
"최악 상황에도 피해는 격납 건물 내에만 발생"

“보통 원전은 해일을 막기 위해 방벽을 쌓습니다. 하지만 새울원전은 아예 해수면보다 9.5m 높은 곳에 건설했습니다.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돔의 벽체 두께도 항공기 충돌을 가정해 설계했습니다.”

축구장 360배 넘는 새울 3, 4호기

25일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새울전망대에서 만난 김병섭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 대외협력처장은 새울 3, 4호기를 ‘우리나라 원전 신기술 집약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선행 원전 건설 경험과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미국 9ㆍ11 테러 사고 등을 통해 학습된 기술력을 접목시킨 원전이라는 뜻이다.

새울전망대에선 축구장 360배가 넘는 새울 건설현장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새울 3, 4호기는 2009년 2월 건설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16년 7월 착공했다. 당초 새울 원전 3호기는 2021년 3월, 4호기는 2022년 3월 준공 예정이었지만 각각 2024년 10월, 2025년 10월로 3년 7개월씩 미뤄졌다. 건설 중 원전 백지화 여부를 두고 진행된 공론화 절차와 경주 지진 발생 후 내진 설계 강화 등으로 공사기간이 늘어났다. 지난달 말 기준 종합공정률은 87%로 반구 모양의 외부 구조물 공사는 끝났다. 김 처장은 “격납건물은 수소 등 기체가 모서리 같은 특정 부분에 모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돔 형태로 짓는다”며 “균열 여부 관찰이 용이하도록 외벽 색칠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망대 한쪽에 만들어 놓은 원전 단면 모형을 보니 훨씬 이해가 쉬웠다. 새울 3, 4호기 콘크리트 외벽 두께는 기존 원전보다 15cm 더 두꺼운 137cm에 달했다. 안에는 성인 여성 팔뚝만 한 직경 57mm 철근을 심었다. 그 사이사이에는 현수교에 쓰이는 대형케이블 텐던을 가로 195개, 세로 100개로 거미줄처럼 엮어 압력이 상승해도 견딜 수 있도록 인장력(잡아당기는 힘을 견디는 강도)을 높였다. 원전 부지도 항만 환경을 기준으로 분석한 예상 최고 수위 8.2m보다 아예 높은 곳으로 정한 뒤 주요 입구에는 모조리 방수문을 달아 침수 가능성을 없앴다.

안전장치도 대폭 강화

연료를 장전하기 전이라 원자로가 있는 건설현장 내부도 살펴볼 수 있었다. 높이 72m, 아파트 23층 규모로 각종 기계‧전기 설비가 가득했다. 실제 새울 3, 4호기는 외관뿐 아니라 안전장치도 대폭 강화됐다. 전력 공급 상실에 대비한 대체교류발전기를 2개 호기당 1대에서 각 호기당 1대로 추가 설치하고, 축전지 용량은 7,200AH(24시간)로 늘렸다. 규모 6.5 이상 지진 발생 시 원전 가동을 멈추는 자동정지설비와 전원 없이 작동하는 수소제거기(PAR)도 갖췄다. 핵심 기기의 내진 성능은 진도 7.0에서 7.4 규모에 대응할 수 있도록 상향했다. 최삼성 새울본부 건설소장은 “후쿠시마 원전은 원자로 내부에 냉각수가 공급되지 않아 과열로 인해 핵연료가 녹아내리면서 수소가스가 생성‧폭발했고 격납건물 두께도 10cm에 불과했다”며 “국내 원전은 이중, 삼중의 다양한 방어 전략을 갖추고 있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모든 방사성 물질은 격납 건물 안에서만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새울 3, 4호기는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3세대 가압경수로 ‘APR1400’ 원전으로 유럽사업자요건 인증과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설계인증을 취득하는 등 해외에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날 함께 현장을 둘러본 아그니시카 코르굴 폴란드 바르샤바대학 물리학부 박사는 “한국이 갖고 있는 원전에 대한 전문 지식과 APR1400에서 보이고 있는 강점들을 활용하는데 관심이 있다”며 “원전을 시작하는 단계인 폴란드에 한국의 원전 운영과 건설 경험을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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