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2006년부터 매년 선정했던 산재사망사고 발생 1위 기업이 올해는 발표되지 않았다. 정부가 '기업 명예훼손 우려'를 이유로 사실상 자료 제출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노동건강연대 등이 참여하는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은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는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6년부터 매년 산재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기업을 뽑아 이름을 공개했는데, 17년 만에 처음으로 특정 기업 이름을 발표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은 최근 3년간 현대건설과 한익스프레스, 대우건설 등 다수 노동자가 사망한 현장의 원청 기업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공동캠페인단은 고용노동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2006년 이래 어느 정부, 어느 대통령하에서도 산재사고 사망자료 제출 거부는 없었는데, 올해 고용부는 기업 이름과 기타 정보를 모두 가린 자료만 제출해 사실상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강은미 정의당 의원,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수차례 산재사고사망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고용부는 기업명과 사고현장 주소, 공사 규모, 사업장 규모, 사고 발생일과 보고일 등이 모두 미공개 처리된 자료를 제출했다.
캠페인단에 따르면 고용부는 자료 제출 거부 사유로 '개인정보 침해 및 법인의 명예훼손 문제'를 들었다. 확정판결 전 중대재해 발생 현황을 공개하는 경우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업장명 등 개인·기업 특정이 가능한 정보는 삭제 후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정부는 기업의 명예나 기업 경영책임자의 방어권보다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캠페인단은 올해 '특별상'에 윤석열 대통령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2011년 4대강 공사 중 노동자 20여 명이 사망한 것을 이유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특별상 수상자로 선정한 후 두 번째다. 이들은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기업 경영 활동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시도하고 법 개정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는 등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며 "노동자를 과로로 내모는 노동시간 개악 등을 추진하는 등 생명안전 정책이 거듭 후퇴하고 있어 특별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