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러시아의 행위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해협 문제에 한목소리를 냈다. 동시에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은 이전보다 강화됐다. 다만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의 가장 큰 특징은 한미일 대 북중러 대립구도가 더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차기 동맹인 한미동맹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협하는 위기 극복에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오늘 정상회담은 한미동맹이 글로벌 동맹으로 새 출발하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대목이 성명 앞부분에 등장했다. 양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규탄함에 있어 국제사회와 함께 연대한다”며 “민간인과 핵심 기반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러시아의 행위를 가장 강력한 언어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은 전력 생산과 송전을 확대하고 주요 기반시설을 재건하기 위한 것을 포함해 필수적인 정치, 안보, 인도적, 경제적 지원 제공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로이터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됐던 군사지원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성명에 ‘중국’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진 않았지만, 중국을 겨냥한 표현은 과거보다 노골적이었다. 양 정상은 “역내 안보와 번영의 필수 요소로써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면서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 등을 언급하며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적시했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1년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처음 언급된 이후 세 번째 성명에 담겼지만,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문구까지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일 3국 협력은 중요성이 부각됐다. 지난해 정상회담까지는 “한미일 3국 협력의 근본적 중요성을 강조했다”라는 원론적 내용만 들어갔지만 이번에는 훨씬 구체화됐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윤 대통령의 대승적 조치를 환영했고 지역 및 경제 안보에 관한 3국 협력 심화로 이어지는 한일 간 협력 확대를 강력하게 지지한다”며 3국의 △북한 미사일 경보 실시간 공유 진전 환영 △대잠전 및 해상미사일 방어훈련 정례화 확인 △해양차단훈련 및 대해적훈련 재개 △재난 대응 및 인도 지원 관련 추가적 형태의 3국 간 훈련 계획 논의 등을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