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야당과 만나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세부 내용을 논의했지만, 여야 간 의견이 갈리는 보증금 채권 매입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원 장관은 이날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서 발의한 보증금 채권을 공공 재원으로 매입해 피해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상임위 심의 과정에서 논의를 하기로 했다"면서도 "다만 그 점에 동의할 수 없다는 정부 방침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현재 선 지원 후 구상권 청구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보증금 반환 채권을 국가가 사들여 피해자를 지원한 뒤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인데, 정부와 여당은 보증금 채권 매입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원 장관은 채권 매입 후 주택을 경매·공매·매각하는 방식을 통해 투입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선(先)반환·무(無)구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정책위의장은 "정부 기존 입장보다는 진전됐지만, 여전히 채권 매입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아직 정부가 고려하지 않는 부분도 (법안) 상정 후 토론할 예정이니, 최종적으로 어떻게 될지 상임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 지원 대상에 대해 원 장관은 "이미 (살던 곳에서) 퇴거했거나, 경매가 끝났거나 피해금을 포기한 분도 예외 규정이나 부칙을 둬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라며 "전세사기 피해자임이 명백하면 시점을 따지지 않고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이날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만난 뒤 김진표 국회의장과도 면담할 예정이다. 원 장관은 "최대한 빨리 본회의에 (특별법을) 상정해 줄 것과 여야 간 이견이 있을 시 의장님께서 중재해 달라고 부탁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