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도 국회의장·국무총리 공동 주최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한미 요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행사임에도 행사 불과 이틀 전 국회의장실에 행사 주최 요청이 들어오면서 잡음이 적지 않았다. 정상회담 일정에 맞추려고 정부가 급박하게 행사를 잡은 탓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이날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동안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행사에는 우리 측에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여야 당대표, 김승겸 합참의장과 각 부처 장·차관 등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는 조이 사쿠라이 주한미국대사 대리, 월러드 벌러슨 주한 미8군 사령관, 한국전쟁 참전국 주한대사, 한미 친선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축사에서 “이제 한미 양국이 선린우호를 한 차원 높이기 위해서 양국 의회 사이의 교류와 협력도 대폭 강화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한민국 국회는 한미동맹에 대한 초당적 지지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한미 의원연맹을 구성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2년 만에 이뤄진 윤석열 대통령 내외분의 이번 국빈 방미는 한미동맹 70년의 굳건한 가치를 확인하고 새로운 70년의 전진을 위한 뜻깊은 장”이라며 “이번 국빈 방미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매끄럽지 않은 행사 준비 과정에 대한 뒷말도 나왔다. 국회의장실은 행사 이틀 전인 24일 국민의힘으로부터 행사 개최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전까지 행사를 단독 개최하는 줄 알고 있었던 국무총리실은 청와대 영빈관을 개최 장소로 잡고 출장 뷔페까지 섭외했다가 장소가 국회로 바뀌면서 전부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요한 손님을 갑자기 맞게 된 국회의장실도 분주하긴 마찬가지였다. 아버지가 미국인인 혼혈 가수 인순이가 초대 가수로 무대에 섰는데 하루 전인 25일 가까스로 섭외했다고 한다. 국회 직원들은 이날 오전 갑자기 국회 경내에 주차된 차를 빼라는 사무처 통지를 받고 당황하기도 했다.
대표와 원내대표가 행사 불과 이틀 전인 24일에야 초청을 받은 더불어민주당은 통상적인 의전에서 벗어났다며 항의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곧바로 초청 사실을 공개하면서 “행사 이틀을 남겨두고 이렇게 초청하는 것이 너무 즉흥적인 데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기본 예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다만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